[동아광장/최중경]‘정치인 최경환’에서 벗어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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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는 ‘따뜻한 정치인’에서 ‘냉정한 경제부총리’로 거듭나라
2기경제팀 역사적으로 성공하려면 경제수석은 입 닫고 눈 귀 열어야
한은총재도 독립만 주장하지 말고 정부와 대화하며 인식 공유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미국 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위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미국 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위원
국내외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제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학 박사이고 장관도 지내 행정 경험이 풍부한 데다 여당 원내대표였다는 정치적 위상까지 있어 신뢰감을 준다. 최 부총리의 활약을 기대하면서 제2기 경제팀 운영에 관해 몇 가지 얘기하고자 한다.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부처의 일상 업무에 간여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수석은 정권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큰 정책과제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각 부처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지 점검하는 데 힘써야 한다. 경제수석은 눈과 귀는 있으되 입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경제수석이 실언하면 수습할 방안이 없다. 대통령이 나서서 수정할 수밖에 없는데 정치적 비용을 크게 지불해야 한다. 대통령과 경제수석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만천하에 알리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수석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정책 이해관계자들이 장관들을 상대하려 들지 않아 부처의 업무 수행이 어려워진다. 자신에게 쏠리는 힘을 즐길지 모르나 장관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정권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최 부총리도 스스로 경계할 사항이 있다. ‘정치인 최경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경제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성공하려면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자동차가 전투로봇으로 변하듯이 ‘따뜻한 정치인 최경환’에서 ‘냉정한 경제부총리 최경환’으로 놀라운 변신을 해야 한다.

제2기 경제팀은 업무 추진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 정부가 발표했는데 국회에서 바뀌거나 멈추는 모습이 계속되면 안 된다. 정부안을 만들 때 ‘관료책상머리안’이 아니라 ‘국민여론수렴안’이 되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내용적 정합성’만 추구하지 말고 시간이 걸려도 ‘절차적 정당성’까지 추구해서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이유로 수정하고 반대할 공간을 없애야 한다. 국회의원, 대통령 모두 국민이 직접 뽑는다. 국회가 행정부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세부 사항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의미를 지나치게 국회 위주로 해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팀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약화시키자는 뜻이 아니다. 정부와 긴밀히 대화해서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유의 토대 위에서 정부의 재정, 외환정책과 금리정책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제1기 경제팀이 출범했을 때 한은 총재와 부총리 사이에 경제 상황 인식에 차이가 있었고 그 차이를 상당 기간 방치하여 경제팀의 권위를 스스로 손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책 내용과 관련해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최 부총리는 국제 통화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인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개발은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을 주도하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도전하는 위안화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경제 질서가 미국 달러화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로 개편될 때 영국은 파운드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자 했다. 경제 석학 케인스까지 협상대표로 투입하며 총력전을 폈으나 최강국으로 떠오른 미국의 벽에 막혀 좌절했다. 미국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 변화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한미 안보동맹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민감한 이슈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려는 시점에 원화의 ‘나 홀로 절상’이 한국 경제 구성요소와 거시경제 운용에 미칠 효과도 잘 따져 보아야 한다. 2차례의 외환위기는 모두 ‘나 홀로 절상’이 2, 3년 정도 진행된 시점에 촉발되었다. 이미 1년 진행되었으니 최 부총리 재임 중에 닥칠 수도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중국, 일본의 군비 경쟁에 대비한 국군 전투력 강화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첨단 전력 확보’를 서두르지 않으면 머지않아 구한말처럼 주변 열강의 흥정 대상이 되는 가련한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명천지에 무슨 그런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하기엔 크림반도 사태가 타산지석으로 다가온다. 치욕의 역사가 반복될 것인지의 여부는 국방예산 배분 규모에 달려 있고 최 부총리가 키를 쥐고 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미국 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위원
#박근혜#최경환 경제부총리#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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