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참사의 ‘피라미’만 건져 올린 검찰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어제 대검찰청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일가의 비리, 구조 과정의 위법과 해운 비리를 중점 수사해 139명을 구속했다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유병언 씨로 추측되는 시신이 발견되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은 1054억 원 규모의 유 씨 일가 차명 재산을 동결 조치하고 실명 재산 648억 원을 가압류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이 정도로는 유족과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원인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과 구조적인 비리와 맞닿아 있다. 검찰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사 5명을 구속하는 등 구조 실패의 ‘깃털’만 잡아내고 ‘몸통’은 규명하지 못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꼴이다.

국회의 행태 역시 실망스럽다. 여야 원내대표는 어제 ‘세월호 입법 태스크포스’를 재가동하고, 이들에게 협상 전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야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로 대립하고 있어 타협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세월호 특별법에 묶여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유병언법’(파렴치 기업인의 재산 환수)도 아직 심사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이 국민 안전과 관련된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자성(自省)의 시간을 가졌다. 1993년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때 관련 공무원 4명과 해운회사 소속 3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형 인명 피해를 낸 범죄에 대해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엄중한 양형(量刑)이 이뤄져야 한다.

24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된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이들을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세월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네 탓’ 공방만 하지 말고 세월호 특별법부터 성사시켜야 한다.
#세월호 참사#유병언#중간수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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