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모리와 먼저 얘기 나누고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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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작가 미치 앨봄 신작 ‘천국에서…’ 출간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를 펴낸 작가 미치 앨봄. 그는 “나는 기교를 이용해 독자에게 따뜻한 느낌을 주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 자신이 다시 내 글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c)Glenn Triest/Triest Photographic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를 펴낸 작가 미치 앨봄. 그는 “나는 기교를 이용해 독자에게 따뜻한 느낌을 주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 자신이 다시 내 글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c)Glenn Triest/Triest Photographic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다 숨진 엄마,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아들,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난 언니가 전화를 걸어온다. 누군가는 감격스러워하고 어떤 사람은 괴로워하며, 또 다른 이는 부정한다. 어느 평범한 금요일에 울리기 시작한 전화벨 소리는 작은 마을을 뒤흔들어 놓는다. 전국에서 취재진이 몰려들고, 애달픈 사연을 지닌 이들이 사랑했으나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이 모든 일은 거짓이라는 시위도 벌어진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56)은 신작 장편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아르테·사진)에서 거역할 수 없는 운명적 이별 앞에 선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 사랑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천국에서 온 전화가 신앙의 기적인지 사기인지 하는 궁금증이 책장을 넘기는 손길을 부추긴다. 작가를 e메일로 만났다.

이 소설은 4년 전 심각한 뇌중풍(뇌졸중)으로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때문에 쓰게 됐다고 했다.

“어머니와 오랫동안 대화를 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한마디라도 더 듣는다면 대단한 선물일 것 같았다.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유령이 아니라 그냥 목소리 말이다. 그래서 전화를 떠올렸다.”

그는 어머니와 다시 대화할 수 있다면 병에 걸린 뒤 모든 것이 들렸는지, 모든 것을 이해하고 똑같은 감정을 느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말할 것이라고.

작가는 천국에서 온 전화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하는 과정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끼리 대화하도록 하겠다는 벨의 꿈은 이 소설에서 가장 극적으로 실현된 것이 아닐까.

“서사를 풍성하게 하려고 자료를 찾다가 전화의 발명에 아름다운 사연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벨은 귀가 들리지 않는 아내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고 그 노력이 전화를 발명하게 했다. 벨의 첫 번째 통화 내용은 ‘보고 싶군, 여기로 오게’였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이 내 이야기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작가는 “벨은 사람들을 이어주기 위해 전화를 고안했지만 현대의 스마트폰은 사람들을 점점 멀어지게 한다”면서 “이런 ‘재앙’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전화기를 끄거나 없애는 것이다”라고 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비롯해 앨봄의 작품은 꾸준히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한다. 소설 속 천국에서 걸려온 전화는 ‘끝이 끝이 아니다’라고 반복해서 전한다.

“모리는 언제든 우리가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그리고 유일하게 두려운 일은 너무 늦기 전에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내 책들은 대부분 죽음을 다루지만 실은 삶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살아갈 건지, 어떻게 삶을 받아들일 건지, 어떻게 삶을 소중히 여길 것인지. 그래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왔을 때 회한에 울부짖지 않을 테니까.”

작가는 천국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모리의 전화를 가장 받고 싶다고 했다. 모리에게 그의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과정을 지켜봤는지, 그의 가르침이 나와 세상을 변화시켜서 기쁜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에는 죄책감이 머물 자리가 없다. 고통을 이해하고 맞서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에 감사해야 한다. 그 시간이 갑자기 끝난다 해도.”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미치 앨봄#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알츠하이머#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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