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칼럼]김명수, 포기해도 되는 4가지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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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부 장관 비해 경력-인사 콘셉트 어느 쪽도 감동이 없는 선택
위기관리능력 부족하고 단명 가능성 높아
부총리 역할 어렵다면 자진사퇴보다 임명철회가
대통령 권위 회복하는 길

심규선 대기자
심규선 대기자
장관의 직무 능력을 평범한 국민이 평가하는 건 힘들다. 평가를 한다고 해도 인상비평이 되기 쉽고, 그런 시도조차 많지 않았다. 장관에 대한 평가를 종종 그 부처에 속한 공무원들의 품평에 의존하는 건 그래서다.

역대 교육부 장관(문교부,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포함) 중에서 교육 공무원들에게 가장 후한 평가를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민관식 문교부 장관(재직기간 1971년 6월∼1974년 9월)을 꼽는 이들이 많다. 장관이 되기 전 그의 주요 경력은 국회의원, 대한체육회장 등이었다.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는 정권의 실세였다. 시시콜콜한 업무는 관리들에게 맡기고, 예산을 따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민 장관은 이규호 장관(3년 5개월)에 이어 두 번째로 장수했다.

민 장관의 능력이나 업무 스타일이 요즘도 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대 교육부 장관 가운데 교육전문가 아닌 사람이 적지 않았다. 1948년 초대 안호상 장관부터 지금의 서남수 장관까지 교육부의 수장은 54대 52명. 장관이 되기 전 대표적 직책 하나만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많은 17명이 대학 총장을 지냈지만 다른 부처 장차관이나 국회의원 출신도 15명이나 된다. 10명은 대학원장이나 단과대학장, 연구기관장이라도 거쳤고, 나머지 10명은 안호상 이병도 김상협 안병영 문용린 김신일 씨처럼 자기 분야에서 꽤 알려진 학자였다.

경력 말고 인사의 콘셉트로 나눠 볼 수도 있다. 역대 교육부 장관은 정권 실세, 명망가, 유명학자, 교육행정가로 묶을 수 있다. 이 틀로 보면 전문성보다는 다른 이유로 선택한 장관도 꽤 됐다는 사실이 더 분명해진다. 서남수 현 장관이 교육부 출신 최초의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데 65년이나 걸린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어떤가. 경력으로도, 인사 콘셉트로도 분류가 어렵다. 그는 역대 장관이 대부분 경험했던 자리를 맡아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정권 실세도, 명망가도, 유명학자도, 교육행정가도 아니다. 40년 가까이 교수와 교사로 지내왔으니 잠재 능력까지 부정할 순 없다. 동의한다. 그렇지만 그는 내정 이후 청문회까지 오는 동안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위기관리 능력마저 떨어진다는 사실만 부각됐다. 김 후보자를 포기해도 되는 첫 번째 이유다.

교육부 장관의 재임기간은 매우 짧다. 현직 장관을 빼고 53대의 평균 재임기간은 443일 정도로 15개월이 채 안 된다(세 차례 직무대행기간 82일 제외). 23명은 1년도 못 채우고 물러났다. 김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처가 많아 장수는 못하고 평균을 채우는 게 고작일 것이다. 김 후보자를 포기해도 되는 두 번째 이유다.

김 후보자는 임명되면 사회부총리를 겸한다. 안전행정 보건복지 환경 여성가족 문화체육관광부까지를 두루 관장해야 한다. 타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의 부족과 부처 이기주의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리인데 지금의 그로서는 족탈불급, 언감생심이다. 본업인 교육마저 흔들려 죽도 밥도 안 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회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면 조정과 통합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모양새만 갖출 것이라면 교육전문가 중에서 무게가 더 나가는 인물이 필요하다. 김 후보자를 포기해도 되는 세 번째 이유다.

김 후보자를 버리면 대통령의 인사권이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궤변 중의 궤변이다. 대통령이 받을 상처가 어디에 더 남아 있다고 그런 거짓말을 하나. 청와대에서만 통하는 논리는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에 참모들의 뻔뻔함만 덧칠할 뿐이다. 김 후보자를 포기해도 되는 네 번째 이유다.

인사권의 권위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고 싶다면 자진사퇴를 유도할 게 아니라 차라리 임명철회를 권하고 싶다. 임명철회는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김 후보자에게는 잔인한 일일 것이다. 다만, 그가 장관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교수로서 살아온 그의 전인격을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주요 공직의 후보자로서 남보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것이라는 정도의 퇴로는 그에게 열어줄 필요가 있다.

인사의 요체는 경력 능력 감동이다. 공직 후보자는 적어도 그중 하나는 갖고 있어야 한다. 김 후보자는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본인의 잘못보다 지명한 대통령의 잘못이 크다. 어떤 변명을 하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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