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범진]원전 ‘수명연장’에 대한 오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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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이른바 ‘수명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엄밀히 말하면 ‘계속운전’이 맞는 표현이다. 수명은 생물에게 사용하는 용어다. 적절하지 않은 용어를 덧대면 오해를 유발할 수도 있고 호도할 수도 있다.

원전은 생물이 아니라 기계다. 계속운전은 원전 설비 상태를 과학과 기술로 확인하고 안전이 확인되면 더 쓰는 것이다. 그것도 발전사업자가 아닌 국가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및 그 산하 기술조직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점검을 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올드카’ 마니아 세계에서는 1980년 전후 생산된 포니가 거래된다. 새 부품으로 교체하고 유지, 보수한 덕분에 전국 일주를 해도 끄떡없다고 한다. 개인이 유지, 보수하는 승용차도 이런데 정비 전담직원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기적으로 철저히 유지, 보수해온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원전을 계속운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원전에서는 원자로를 제외한 부품은 교체가 가능하다. 실제로 고리 1호기 증기발생기, 원자로냉각재펌프, 주발전기 등 주요 핵심 설비는 새것으로 교체되었다. 주제어반, 비상디젤발전기 등도 교체해 새 발전소로 탈바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모든 원전은 법령에 따라 10년마다 안전성 평가를 받는다. 금속의 피로, 시간에 따른 열화의 정도, 기기 및 배관의 피로도 등 설비의 안전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계속운전은 과학과 기술을 토대로 안전이 보장되는 한계 이내에서만 한정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계속운전 반대 주장자들은 엉뚱한 논리로 그들의 주장을 합리화한다. ‘후쿠시마 사고는 노후 원전이어서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비상디젤발전기를 지하에 설치한 탓에 침수로 전원 공급을 못한 것이 원인일 뿐 노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미국 등 원전 선진국들은 고리 1호기와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동일 모델, 더 나아가 그 이전에 건설된 원전들도 가동 중이지만 폐쇄하라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상식적인 일들이 논란이 되는 것이 참 이상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전#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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