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다른 두가지 맛으로 맥주1등 되찾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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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시장 지각변동]<3>하이트진로의 투트랙 전략

하이트진로는 최근 ‘뉴하이트’와 ‘퀸즈에일’ 등 두 가지 맥주 제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극과 극’이라 할 정도로 정반대 성향의 맥주라고 평가했다.

뉴하이트가 ‘물 맥주’(물처럼 밋밋하지만 청량감 있는 맥주)를 좋아하는 기존 소비자의 취향을 충실히 반영했다면, 퀸즈에일은 독특한 것을 찾는 ‘수입 맥주족’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것이다.

국내 맥주시장의 지각변동 속에서 1등 복귀를 노리는 하이트진로의 전략이 여기에 숨어 있다. 현재 매출 1위인 오비맥주 제품군 가운데 대표 브랜드인 카스의 비율이 80%대에 달한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에서 하이트의 비율도 65%로 높은 편이지만 경쟁사보다는 한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그만큼 맥스, 디(d) 등 다른 제품군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영목 하이트진로 상무는 “카스의 브랜드 이미지가 조금씩 노화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수입 자동차 점유율이 10%를 넘어서며 국내 자동차 시장이 크게 변했듯이, 수입 맥주발 지각 변동을 겪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킨다면 재역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하이트진로는 국내 대형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에일맥주인 퀸즈에일을 내놓고 시장 변동의 신호탄을 쐈다. 아직 국내 맥주시장에서 에일의 비중은 1%대에 그치지만 맥주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를 높게 평가했다.

정헌배 중앙대 교수는 “가수가 레퍼토리가 많아야 히트곡이 나오는 법”이라며 “국산 맥주의 수준이 높아지려면 하나의 제품에 의존해 높은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는 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맥주 맛 논쟁’을 촉발시킨 대니얼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도 국산 에일맥주를 칭찬했다. 그는 퀸즈에일에 대해 “풀과 곡식의 향이 난다. 오랫동안 뒷맛을 남기는 목 넘김이 인상적”이라며 “풀 보디(무게감과 풍부함)의 맛도 독특해서 좋다”고 했다. 맥주 제조 전문가인 박경준 ㈜더한 고문은 “18∼25도의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발효하는 에일맥주 특유의 곡식 삶은 향을 잘 살렸다. 홉의 향도 강하게 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류강하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강사도 “홉의 쓴맛보다는 향을 강조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진하고 무거운 느낌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철 서울벤처대학원 교수는 “쓴맛이 너무 강하다”고 평가했고, 정 교수도 “맛이 너무 심플하고 특화되지 않아 에일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잘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하이트진로가 ‘이름 빼고 다 바꿨다’며 내놓은 뉴하이트에 대해선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정 교수는 “맥주의 쓴맛이 너무 약하다”며 “외관과 아로마도 평범하고 특징이 없어서 외국 맥주와 경쟁하긴 어렵겠다”고 말했다. 류 강사도 “일반적인 치맥(치킨과 맥주), 소맥(소주와 맥주 폭탄주) 문화에 어울리는 맛”이라고 했다. 튜더 전 특파원도 “말도 안 되게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낮술용이나 소맥용으로 먹을 만한 맥주”라면서도 “거의 물 같아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고 했다.

하지만 대형 맥주회사의 연구소장과 공장장을 지낸 박 고문은 “쓴맛, 단맛, 신맛 등의 조화를 잘 이뤘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을 내기 위해 수준 높은 기술을 적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량감을 앞세워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카스와 경쟁하기 위해 가볍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특색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평이다.

하이트진로는 “독특한 맛을 선호하는 전문가들은 뉴하이트를 낮게 평가할지 몰라도 80년 양조기술을 집중해 만든 깔끔한 맛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며 “올 4월 이렇다 할 판촉을 못했는데도 전월 대비 판매 증가율이 예년보다 10%포인트 높은 2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용석 nex@donga.com·권기범 기자
#하이트#오비#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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