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동시장 주도권 기업서 근로자로 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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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아디다스 위탁생산 中공장 5만명 파업에 생산중단

중국 광둥(廣東) 성 둥관(東莞)의 세계 최대 운동화 위탁 생산업체의 공장이 파업 1주일여 만인 22일 생산을 중단했다. 이번 파업에는 최대 5만 명이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에서는 전례 없이 큰 규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중국에서 노동운동의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전했다.

대만 바오청(寶成)그룹은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리복 뉴밸런스 퓨마 등 전 세계 60여 개 스포츠 브랜드의 주문을 받아 생산 납품하는 업체로, 전 세계 운동화의 20%가량을 만든다. 이 업체의 둥관 위위안(裕元) 공장 근로자들은 14일부터 사회보장기금 확충과 주택보조금 지급 확대 등을 내걸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파업에는 3만∼5만 명이 참가 중이라고 홍콩의 다궁(大公)망이 24일 보도했다.

노동자들은 회사 측이 납부하는 양로 의료 공상 실업 등 사회보험의 등급이 낮거나 아예 임시직에 해당되는 보험료 수준이어서 사정이 생겨 보험금을 받아도 보장 수준이 낮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회사 측은 “5월부터 납부 보험료 산정 방식을 기본급 기준이 아닌 총임금 기반으로 해 근로자들의 보장이 늘어나도록 하고 1인당 월 230위안(약 3만8270원)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파업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동인권단체인 ‘중국 노동통신’의 제프 그로샐 씨는 “파업 참가 규모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중국 노동시장에서의 세력균형이 저임금 근로자를 찾기 어려운 인구 및 사회구조 변화 때문에 점차 생산자에서 근로자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 같은 파업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3월 초 광둥 성 선전(深(수,천))의 대만계 신발 생산업체 츠위(賜昱)의 시위에도 3000명가량이 참가했다. 이 공장 근로자 약 4000명의 75%였다.

과거에도 파업 등 노동운동이 있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장기화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작용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저임금 근로자들이 계속 공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물가 상승, 교육 수준 향상, 저임금 근로에 대한 젊은층의 기피 등으로 근로자 공급이 원활치 않아 근로자들의 교섭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요구도 임금 인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보험과 주택준비기금 확충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는 점도 새로운 변화다. 베이징의 궈중(國中)법률사무소 김덕현 박사는 “수년 전만 해도 일자리를 구하는 데 급급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으로 눈을 돌리는 등 권리의식이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에서 겪는 가장 많은 소송도 노무 문제”라고 진단했다.

바오청은 이미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 위안화 가치 상승 등으로 지난해 중국 내 생산 라인을 255개에서 204개로 줄이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의 생산을 늘리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공장#나이키#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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