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탈북자 강제북송하면 北 인권범죄 공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5일 03시 00분


철도역 테러가 발생한 중국 남부에서 검색이 강화되면서 20대 탈북자 3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법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외교부가 중국 정부로부터 ‘신병을 인수하라’는 연락을 받고도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말이 맞는다면, 지난해 탈북 청소년 9명이 강제 북송된 ‘라오스 사건’ 이후 정부가 탈북자 전담 부서까지 만든 건 ‘겉치레 행정’이었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일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지난달 중국에 탈북자 보호와 강제 송환 금지를 권고한 뒤 발생한 첫 탈북자 구금 사례여서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어떤 이유로든 탈북자를 북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강제 북송 행위를 북한의 반(反)인도적 범죄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을 ‘인도주의에 관한 범죄’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유엔 권고를 외면한 처사다.

중국이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를 정치문제화하는 데 반대한다”며 아무리 비호해도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덮을 순 없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은 악”이라며 2002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가장 강도 높게 북한을 비판했다.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는 지난달 “우리는 국민의 인권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정부와 협력하길 원치 않는다”며 북한과 단교했다. 베이징 공관에서 대북 업무를 처리하는 보츠와나도 아는 진실을 중국만 모른 척하는 건 중국의 인권의식을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탈북 단속은 한층 가혹해졌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 목숨을 걸고 빠져나온 탈북자들을 사지(死地)로 되돌려 보낸다면 북한의 반인륜 범죄에 동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해 11월 쿤밍에서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 15명의 행방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중국이 작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될 때 국제 인권단체들이 반대했던 것은 중국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은 중국이 과거 그대로인지,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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