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태에 불안해진 고객들… 불신의 계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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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선물 배송업체 전화받고도… “내 주소 어떻게 알았나” 실랑이

“내 주소 어떻게 알았어요? 거기가 A마트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서울 강서구에 사는 40대 주부 B 씨는 최근 한 대형마트로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설날 선물을 보내려고 하는데 주소 확인차 전화했다”는 말을 듣자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B 씨는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면 내가 직접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알려준 전화번호가 A마트 것이 맞는지 알아본 뒤에야 주소 확인을 해줬다.

카드정보 유출 대란의 여파로 B 씨 같은 ‘불신(不信)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27일 “전화를 걸면 10명 중 1명꼴로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따지며 화를 낸다”며 “이전에는 그런 고객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선물을 보내는 사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C금융회사는 VIP 고객들에 대한 선물 배송을 의뢰하면서 배송회사에 “배달 후 고객 명단과 주소지를 폐기했다는 증명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정보가 유출돼 피해가 생기거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고객도 크게 늘었다. 모르는 번호면 일단 통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본보가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배송센터에서 주소 확인 전화를 하는 상황을 지켜본 결과 2통 중 1통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설날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유통업 종사자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마트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연결이 안 되는 비율이 20% 미만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유통업체들은 주소 확인이 안 된 고객에게 재차 전화를 해야 한다. 일부 업체의 경우 평균 50초 안팎이던 통화 시간이 3분 이상으로 늘었다. 유통업계는 최근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마트는 각 점포가 배달 완료 한 달 후 의무적으로 배송 정보가 담긴 문서를 파기하도록 했다. 백화점들은 배송정보시스템에 관리자가 로그인 후 10분 동안 아무런 작업이 없으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종료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유통업#카드사태#개인정보유출#배송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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