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홀로그램 기술’ 재주는 中企가… 생색은 미래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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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스타 ‘2NE1’의 홀로그램 공연 모습.
한류스타 ‘2NE1’의 홀로그램 공연 모습.
“저희 기술로 만든 건 사실이죠. 그래도 그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디스트릭트 관계자)

지난 주말 서울 동대문에 빅뱅, 싸이 등 케이팝 스타들의 공연을 홀로그램 기술로 실물처럼 구현해 보여주는 홀로그램 전용 공연장이 세계 최초로 문을 열었다. 신문과 방송을 가리지 않고 국내 여러 매체에 보도돼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공연장이 언론의 관심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신기해서’였다. 그간 케이팝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은 많았지만 ‘홀로그램’이라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스타의 영상 콘텐츠를 실제 모습처럼 구현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연을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지난 10년간 홀로그램, 증강현실 등 디자인과 IT를 결합한 ‘아트 테크(Art Tech)’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디스트릭트라는 중소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스트릭트는 홀로그램을 아는 이조차 거의 없던 2004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거듭해 한때 삼성전자, 티파니, 펜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 론칭 쇼를 도맡을 정도로 이 분야를 선도한 기업이다.

임우선·산업부
임우선·산업부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디스트릭트에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케이팝 홀로그램 공연장에 대한 보도자료는 공연장 건립 자금을 댄 미래창조과학부와 KT 등 두 군데에서 나왔는데, 모두 자기홍보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총 투자비 93억 원 가운데 10억 원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장장 4페이지에 걸쳐 미래부의 ‘업적’을 홍보했다. 하지만 그 중 디스트릭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단지 ‘디스트릭트’라는 단어만 관련 사업자로 2번 언급했을 뿐이다.

3페이지에 걸친 KT의 홍보자료 역시 마찬가지였다. KT는 이번 일을 ‘중소기업과 함께한 창조경제 사례’라고 자평하면서도 정작 해당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이 함께하는 사업에서는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융합 콘텐츠를 창조경제 시대의 유망 수출 사업이라고 꼽는다. 콘텐츠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 정부와 대기업이 진정으로 국내 융합 콘텐츠 사업을 지지하고 키우고 싶다면 혼자만 나설 게 아니라 업계에 있는 ‘작은 거인’들도 함께 빛내줘야 하지 않을까.

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
#홀로그램#미래부#디스트릭트#아트 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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