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국내 증권사 ‘삼성전자 실적 전망’ 외국계에 연패…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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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기자
정지영 기자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7일 오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잠정 실적이 발표되자 여의도 증권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은 ‘일회성 비용이 생각보다 컸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변명을 하면서도 예상보다 큰 차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닝쇼크’로 불릴 만한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국내 증권사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모습이다. 8조 원대 중반을 예상한 외국계 증권사들과 달리 국내 증권사들 대부분은 9조 원 중반대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놨다. 이조차도 외국계 투자은행인 BNP파리바가 8조7800억 원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은 후 한 차례 하향조정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전망치와 차이는 훨씬 컸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정확한 예측능력을 뽐냈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BNP파리바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8조 원대 중반으로 예상해 실제 영업이익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실력 차이는 이번에 처음 확인된 건 아니다. 지난해 2분기(4∼6월) 실적전망 때에도 같은 양상이 벌어졌었다.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하다 망신을 당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평균 52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가 실제로는 887억 원의 영업 손실이 났다. 증권사 추정치와 실제 값의 괴리율이 270%나 됐다. 당시 CJ제일제당, LG상사 등 다른 기업들의 괴리율도 적지 않았다. 일부 증권사가 지난해 2분기 LG생명과학 기술 수출료가 늘어난 점을 아예 알아채지 못한 적도 있다.

국내와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의 실력이 실제로 차이가 나기 때문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많은 연구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 기업을 분석한다. 실력보다는 일방적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이런 한계를 불렀다는 게 합리적인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과 국내 증권사 연구원 간의 ‘갑을(甲乙)관계’가 이런 예측의 실패를 불러오는 데 일조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연구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 해당 기업의 회사채 발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상대적으로 수익구조가 다양하고 고객군이 넓은 외국계 증권사는 이런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지금 불황을 겪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대형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증권업계가 살아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투자자의 신뢰다. 올해는 국내 증권사들이 한층 정확해진 예측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증권업계가 부활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정지영 기자·경제부 jjy2011@donga.com
#국내 증권사#삼성전자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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