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푸짐한 인심 찾아… 경의선 타고 추억의 5일장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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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시장. 추억의 전통 5일장이 열린 이날 잡곡 생필품 한약재 고기 생선 의류 채소는 물론이고 국수나 튀김 묵 국화빵 어묵 꽈배기 등 다양한 먹거리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시장. 추억의 전통 5일장이 열린 이날 잡곡 생필품 한약재 고기 생선 의류 채소는 물론이고 국수나 튀김 묵 국화빵 어묵 꽈배기 등 다양한 먹거리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5일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보고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특히 경의선을 타고 가다 보면 능곡역 일산역 금촌역 문산역 인근에 5일장이 서기 때문에 쉽게 5일장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이곳 5일장 주변에는 신도시가 들어섰지만 5일장만큼은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도토리묵 하나에 3000원. 2개 5000원.”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5일장. 경의선 일산역 2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활기가 가득했다. 길가에는 짐을 가득 실은 1t 트럭에서부터 간판도 없는 수많은 노점이 빈틈없이 펼쳐져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쿵짝쿵짝’ 노랫가락이 흥을 돋우고 ‘떨이요 떨이’를 외치는 장사꾼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쳐났다.

일산장은 일산역 앞쪽에서부터 현대식 상설점포가 자리한 사거리에 이르는 200m 남짓한 도로를 따라 장터가 꾸려졌다. 1908년 경의선 철도가 개통된 직후 생겨난 100년 전통의 도심 속 5일장이다. 매달 날짜의 끝자리가 3·8일인 날에 열린다. 이달엔 13, 18, 23, 28일 등 네 차례 더 열리는 것이다.

시장에는 잡곡 생필품 한약재 고기 생선 의류 채소 등 상상할 수 있는 건 다 있다. 노점에는 때깔 좋은 옷이 걸려 있고 파리약 좀약 등 시골장터에서나 볼 법한 잡화 가판대에도 손님의 발길이 이어졌다. 옛 추억을 떠올리려 구경나온 할아버지부터 검은 비닐봉지를 뒤춤에 찬 할머니, 그리고 반찬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들로 왁자지껄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나들이객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시장 골목 어귀에는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천지다. 국수 튀김 묵 떡갈비 국화빵 전 어묵 꽈배기 등이 입맛을 돋웠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만두가게에는 포장해 가져가려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시장 명물인 순대가게 안은 막걸리 서너 통을 놓고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중년 남성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장을 찾은 주부 김모 씨(37)는 “푸짐한 인심이 있고 어린시절 고향 장터를 떠올릴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고양시 능곡역 1번 출구 인근에도 5일장이 선다. 끝자리가 2·7일인 날에 열린다. 능곡시장을 재정비해 2년 전 문을 열었다. 시장에는 가게들이 골목골목 이어져 있다. 이 시장에서는 단팥빵 크림빵을 단돈 500원에 맛볼 수 있고 막걸리도 1000원이면 된다. 토요일 낮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나바다 나눔 토요장터를 연다.

파주시 금촌역에서 5분 거리의 금촌장은 끝자리가 1·6일인 날에 열린다. 몇 년 전 시설이 현대화되면서 상권이 깨끗해졌다. 파주세무서 앞에서 시장까지 500여 m에 이르는 장터에는 각종 야채와 약재 과일 수산물 향신료까지 없는 게 없다.

문산우체국 인근에 있는 문산제일시장은 끝자리가 4·9일인 날이 장날이다. 문산역에서 걸어서 5분. 말이 전통시장이지 간판이 깔끔하게 정비됐고 통로도 넓다. 지저분한 시장 모습 대신에 고객쉼터 등을 갖췄다. 문산지역 특산품인 장단콩으로 만든 콩국수나 두부를 맛볼 수 있다. 일반 콩의 모습과 다르지 않지만 훨씬 담백하고 고소하다. 시장 주변에는 종묘상과 농기구 전문점들이 있어 각종 씨앗이나 모종을 구할 수 있다. 군부대가 많아 군복 안에 입는 누빔 옷인 ‘깔깔이’ 등 군인 관련 용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경의선#5일장#일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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