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연극 지원 프로그램 ‘우리연극 만들기’ 20주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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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한번씩 꾸준히 행사 이어와… 신인작가 작품 25편 무대에 올려

20년 전. 지금은 없어진 서울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공연한 창작연극 ‘Mr. 매킨도·씨!’가 3000만 원의 흑자를 냈다. 당시로선 적잖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나눠 가지면 몇 차례 거나한 술자리에서 흩어졌을 돈이다. 해외 작품 번역극과 설익은 코미디만 가득한 대학로를 변화시키고 싶었던 연극인들이 뜻을 모았다. ‘후배 창작자들을 길러내는 종잣돈으로 쓰자.’

10일 오후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우리 연극 만들기’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용훈 극단 작은신화 상임연출은 “첫해에 6000만 원을 까먹어 결국 3000만 원 흑자가 3000만 원 적자로 둔갑했다”고 회상하며 웃었다.

‘우리 연극 만들기’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고 사설 극단이 주최하는 이례적인 창작연극 지원 프로그램이다. 북촌창우극장에서 열린 첫해 행사에서 선정된 ‘황구도’의 조광화 작가를 비롯해 장성희 고선웅 김태웅 등 현재 연극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터전 삼아 데뷔했다. 2년에 한 번 꾸준히 개최해 올해까지 25편의 신인작가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장성희 작가는 “대부분의 극작가는 공모를 통한 금전적 보상을 추구하기보다 ‘우리 연극 만들기’처럼 대가는 적어도 무대 공연을 약속받는 기회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박찬규 작가의 ‘창신동’이 10∼20일 정보소극장에서, 윤지영 작가의 ‘우연한 살인자’가 31일∼11월 10일 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처음 관객을 만난다. 최용훈 연출은 “극단의 다른 작품 수입을 일부 적립해 비용으로 쓰고 있다. 신작을 초연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힘닿는 한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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