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사회문제 해결”… 해커톤, 세상을 밝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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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 이노베이션 캠프 서울’ 열띤 현장

6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허브서울’에서 ‘소셜 이노베이션 캠프 서울’ 참가자들이 최종 발표시간을 4시간 앞두고 한창 앱을 개발하고 있다. 커피와 간식거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6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허브서울’에서 ‘소셜 이노베이션 캠프 서울’ 참가자들이 최종 발표시간을 4시간 앞두고 한창 앱을 개발하고 있다. 커피와 간식거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회적 기업가들의 공동작업 공간 ‘허브서울’. 오후 7시가 되자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운동화에 트레이닝복 차림도 많았고 2명은 목 베개를 목에 감고 나타났다. 여학생들은 콘택트렌즈 대신 두꺼운 뿔테안경을 썼다. 여기저기 담요와 침낭도 보였다.

4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되는 ‘해커톤’ 행사인 ‘소셜 이노베이션 캠프 서울’ 현장이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환경, 정신 건강, 범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를 만드는 경진대회다.

해커톤은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한 장소에 모여 1박 2일 또는 2박 3일 동안 마라톤 달리듯 쉬지 않고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선 일반화된 개발 방식으로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도 해커톤을 통해 만들어졌다.

최근 국내에서도 창업 붐을 타고 해커톤 개최가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삼성사회봉사단, 희망제작소 등이 공익적인 성격의 해커톤을 잇달아 열기도 했다.

이날 행사인 ‘소셜 이노베이션 캠프’는 2008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서울 홍콩 자카르타 등 8개 도시에서 대회가 열리는데 각 도시에서 1등을 차지한 팀들이 모여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결선을 치른다.

오후 9시부터 5개 팀이 자신들이 이번 행사에서 구현해낼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발표된 아이디어 가운데 민원처리 게임 앱 ‘핑거 타운’은 사용자가 실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나무를 심거나 벤치, 쓰레기통 등을 설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활동 실적이 많거나 호응을 많이 받은 사용자의 민원을 처리해주는 내용이다. 이 앱을 만드는 데 참여한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 고혜령 씨(19)는 “게임하듯 즐겁게 민원을 제기하고 우리 스스로 원하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배달음식 주문 웹사이트 ‘디스펩 시티’는 일반 포장재와 친환경 포장재가 썩는 데 걸리는 기간을 알려줘 소비자들이 친환경 포장재를 쓰는 브랜드를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서비스다.

또 다른 팀은 젊은이들이 관심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 ‘빅 풋’을 발표했다. 전문 상담사가 이끄는 집단 익명 채팅방에서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한 ‘위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힐 스트리트’ 앱도 눈에 띄었다.

오후 11시 30분경부터 각 팀들은 화이트보드에 각종 도식을 그려가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컵라면 40개와 에너지음료가 동났다. 잠을 쫓으려고 기타를 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오스트리아인 개발자 도미니크 다닝거 씨(23)는 다음 날인 5일 오전 10시까지 게임 기본 화면을 만든 뒤 찜질방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한양공고를 다니며 ‘디블러’라는 앱 개발회사에 근무하는 고수창 군(18)은 이틀간 3시간밖에 안 자고 작업한 끝에 6일 오전 8시 개발을 끝냈다. 참가자 49명 중 고등학생이 16명이나 됐다.

6일 오후 4시 팀별로 최종 발표가 시작됐다. ‘빅 풋’ 팀은 발표 화면과 스마트폰을 연동한 뒤 앱에 접속해 마이 페이지, 뉴스 피드, 친구 보기 등 기능을 시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힐스트리트’ 팀은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하고 ‘힐 스트리트 어워드’를 선정해 판촉에 활용하겠다는 수익모델을 제시했다.

오후 7시 최종 선정 결과 싱가포르행 티켓은 ‘핑거 타운’ 팀에 돌아갔다. 고 씨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수익모델을 고민해 싱가포르에서도 1등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행사를 주최한 ‘하우투컴퍼니’의 황혜경 대표는 “아이디어들이 모두 사업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은 시도들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해커톤#해커#마라톤#허브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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