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폭격기, 제1열도선 첫 돌파… 오키나와 부근 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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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항공자위대 전투기 긴급 발진
中 “합법적 군용기 훈련… 계속할 것”
센카쿠 갈등 1주년 對日 압박 의도

중국 인민해방군의 주력 폭격기 2대가 8일 중국의 대미 군사 방어선인 제1열도선(규슈∼오키나와∼대만)을 처음으로 돌파해 서태평양 상공을 비행했다.

앞서 7월 24일 조기경계기(Y-8) 1대가 군용기로는 처음으로 이 선을 돌파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실제 전투가 가능한 폭격기여서 일본을 긴장시키고 있다.

10일은 중국과 일본 간에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갈등이 점화한 지 1주년이다. 중국이 대양 진출과 댜오위다오 수호 의지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본부에 해당)는 중국군 ‘훙(轟)-6’(H-6) 폭격기 2대가 8일 오전 오키나와(沖繩) 본도와 미야코(宮古) 섬 사이를 통과해 동중국해와 서태평양을 왕복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켜 대응했다.

중국 폭격기는 공해 상공을 비행했고 일본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으나 일본 측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제1열도선은 냉전 시절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수동적 경계선이면서 중국 군사력 전개의 목표선이다. 중국 군함은 최근 수년 사이 여러 차례 이 선을 지나 서태평양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 신문사무국은 9일 “인민해방군 해군 군용기가 최근 서태평양에서 계획에 따라 훈련했으며 특정 국가나 목표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중국은 이 해역을 비행해 통과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가 있고 이후에도 계획에 따라 비슷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함뿐 아니라 군용기도 지속적으로 비슷한 작전을 펼칠 계획을 천명한 것이다.

중국이 폭격기를 처음으로 제1열도선 밖으로 비행한 시기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10일 중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에 강력 반발해 댜오위다오를 영해기선으로 전격 선포했다. ‘영해 기선 발표’ 1주년을 이틀 앞두고 폭격기를 댜오위다오 인근에 보낸 것은 일본 측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중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폭격기 훈련을 통해 센카쿠 열도에서 중-일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군이 공중 전력도 투입할 수 있다는 능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9일 오전 센카쿠 열도 근처 동중국해에서 국적 불명의 무인기가 비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고 일본 방위성이 밝혔다. 이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없었다. 방위성은 “일본 주변에서 국적 불명의 무인 항공기가 비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며 “촬영 기체 사진을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이헌진·도쿄=박형준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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