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 교수 “임진왜란때 나라 구한 소나무는 한반도의 수호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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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 ‘신목, 소나무’ 책 펴내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제자들에게 별명처럼 나무 이름을 지어주고 스스로도 ‘쥐똥나무’라고 칭한다. 아파트나 학교 울타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쥐똥나무의 나지막한 키가 자신과 닮았기 때문이란다. 동아일보DB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제자들에게 별명처럼 나무 이름을 지어주고 스스로도 ‘쥐똥나무’라고 칭한다. 아파트나 학교 울타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쥐똥나무의 나지막한 키가 자신과 닮았기 때문이란다. 동아일보DB
“소나무는 한반도의 수호신이었습니다. 소나무가 없었다면 한반도를 왜구의 침략에서 구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나무연구와 인문학을 접목해온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52)가 신간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문학동네)를 펴냈다. 소나무는 예부터 목재와 땔감, 구황식품으로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인 데다 꼿꼿한 절개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해져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나무다. 이 책은 우리 역사 속의 소나무를 살펴보고, 왜구로부터 한반도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소나무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담았다.

강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쟁사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병선(兵船)의 재목에 주목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며 “조선시대 병선에는 주로 수령 100년이 넘은 금강송을 재목으로 썼는데, 줄기가 곧게 뻗은 데다 그 재질이 매우 단단해 해전에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주로 무른 삼나무를 쓴 일본의 아타케부네(安宅船)와 싸워 이길 수 있었다는 것.

특히 임진왜란 때 활약한 판옥선과 거북선이 소나무로 만들어졌기에 일본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배끼리 부딪치며 공격하는 상황에서 소나무의 위력이 발휘되었습니다. 함포사격으로 싸울 때도 조선의 병선은 침수와 침몰에 견뎌내는 힘이 강했지요.” 이처럼 소나무가 귀중했기에 조선 정부는 소나무 고갈을 막기 위해 벌채 금지, 산지기의 감시, 대대적인 송충이 박멸, 소나무 심기 같은 보호정책을 실시했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을 읽다가 왜구가 한반도에 자주 출몰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함선의 목재로 쓸 소나무를 구하기 위해서였음을 발견했다. 세종 3년(1421년) 8월 24일 무신 이순몽이 임금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전라도의 연해변 섬을 순행해 보니, 거기는 소나무가 무성하나 육지와 거리가 멀어서 도왜(島倭·왜구)들이 매양 배를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이니…. 대마도에 배 만들 만한 재목이 없으므로 반드시 전라 해도에 와서 배를 만들어 가지고 돌아가는 것입니다.’ 강 교수는 “일본에도 물론 소나무가 많지만 대마도와 교토, 오사카 등 남쪽 지방에는 금강송처럼 단단한 소나무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금까지 출간한 단독 저술 14권 중 나무와 관련된 책이 모두 12권이다. 강 교수는 차기작으로 선비의 상징인 회화나무에 대해 쓸 예정이다. “조선의 왕궁과 관청, 성리학자들이 머물던 서원과 정자에는 반드시 회화나무가 있습니다. 중국 주나라에서 선비의 무덤에 회화나무를 심은 데서 유래한 학자수(學者樹)지요. 회화나무의 자유로운 기개에 천착해볼 생각입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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