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출구 찾기’ 네번째 北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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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北에 회담 제의
청와대-통일부 사전 조율없이 급조… 南탓 하는 北, 대화 나설지 미지수

정부가 14일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북한에 전격 제안한 것은 다목적 포석의 성격이 짙다. 즉 남북대화 제의는 △고통을 호소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달래고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거듭 압박하고 △국제사회에는 한국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과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개성공단은 귀중한 사업이고, 우리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만큼은 (남북대화 노력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4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에 대화 제의를 했고 체류인력이 개성공단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도 추가 협상을 북한에 제안한 상태다. 14일의 대화 제의는 회담 장소와 참석 대상자까지 밝혀 구체성을 한 단계 높였다. 또 이전 대화 제의와 달리 답변시한을 정하지 않았고 회담 일정도 ‘북측이 편리한 방법으로 답변해 달라’며 재량권을 북한에 넘겼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기존 대화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북한에 또 회담을 제의한 것은 일종의 대북 저자세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가 굽힐 게 뭐가 있느냐. 약한 사람이 굽히는 것이지. 우리는 약하지 않지 않으냐”고 말했다. 거듭된 대화 제의가 북한에 대한 압박이자 명분 쌓기 측면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전략적 판단이 ‘전략적’으로 보이지 않고 ‘즉흥적’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이날 남북대화 제의가 청와대와 통일부의 사전조율 없이 서둘러 나온 것 같은 모양새 때문이다.

이날 오전만 해도 통일부는 “북한이 대화할 의사만 있다면 자신이 차단한 남북 직통선을 복원하는 등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며 행동에 나설 쪽은 여전히 북한임을 강조했다. 3일 개성공단에 체류하던 ‘최후의 7인’이 철수하면서 완제품 반출 등 타결하지 못한 사안을 논의하는 후속협상을 갖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입주 업체들의 호응이 낮아 피해규모 집계가 늦어지는 것도 정부가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정확한 데이터 없이는 북한을 압박하기 어려운 탓이다. 123개 입주업체 가운데 14일까지 통일부에 피해현황을 제출한 기업은 34개사로 전체의 30%도 넘기지 못했다. 통일부의 기본 방침은 북한 처지에서도 ‘미수금’의 일부인 4월분 임금(120만 달러)을 받아야 하는 만큼 북한이 움직일 때를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대화 제의’ 지시를 내리자 오후부터 상황이 돌변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정부 안에 있었다.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개성공단#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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