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찬물 끼얹은 ‘1달러=100엔’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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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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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 마지노선 4년만에 뚫려… 수출 기업들 초비상

요동치는 코스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10일 코스피와 원화가치는 요동쳤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4.70포인트 내린 1944.75, 원-달러 환율은 15.10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106.10원으로 마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요동치는 코스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10일 코스피와 원화가치는 요동쳤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4.70포인트 내린 1944.75, 원-달러 환율은 15.10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106.10원으로 마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엔화를 풀겠다”는 일본 정부의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엔-달러 환율이 마침내 100엔 선을 넘어섰다. 외환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00엔 선이 뚫리면서 한국 경제에 ‘엔저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59엔(1.61%) 오른 달러당 100.61엔에 거래됐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은 건 2009년 4월 14일 이후 4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또 1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1.05엔까지 올랐다.

최근 미국 경기의 회복 조짐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것도 한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해 한국의 수출기업에 유리하지만 최근에는 ‘강(强)달러’가 엔화 약세와 맞물려 엔화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면서 한국 경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엔화 약세, 한국 경제에 ‘대형 악재’

원-엔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에 대형 악재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600대 기업의 원-엔 환율 손익분기점은 1185.2원. 4월 평균 원-엔 환율이 100엔당 1160.1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미 상당수 기업은 엔화 약세로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상 수출 감소는 경제성장률에 직접 타격을 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엔-달러 환율이 100엔일 경우 경상수지가 125억 달러 줄면서 경제성장률이 1.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딱히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엔화 약세에 따른 국내 피해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환율이 출렁일 때마다 대책을 내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해도 ‘기축통화’인 엔화의 약세 기조를 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는 한국 증시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전날 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로 1,980 선 문턱까지 갔던 코스피는 전날보다 34.70포인트(1.75%) 내린 1,944.75로 마감했다. 삼성전자(―2.57%) 현대자동차(―2.33%) 기아자동차(―3.34%) 등이 동반 하락하며 향후 우리 기업의 어두운 수출 전망을 예고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416.06엔(2.93%) 상승한 14,607.54엔으로 장을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1원(1.38%) 오른 1106.1원에 마감했다.

○ 전문가들 “달러당 110엔도 가능”

전문가들은 대부분 엔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달러당 100엔 선이 무너진 데다 미국 경기가 호전 기미를 보이면서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에 진입한 건 미국 노동부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발표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2만3000건으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상재 현대증권 글로벌경제팀 부장은 “이날 100엔 돌파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효과보다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주요 지지선이었던 ‘1달러=100엔’이 깨진 만큼 연말까지 달러당 105∼110엔 수준까지 엔화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JP모건은 102엔, BNP파리바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103엔, 105엔으로 내다봤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환율 레벨이 100엔 수준으로 올라온 이상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엔-달러 환율이 104∼105엔 수준에서 머문다고 해도 엔화 약세에 따른 한국 기업의 수출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훈·문병기 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 january@donga.com
#달러#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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