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팀, 급변하는 동해를 과학으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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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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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산성화 속도, 세계평균의 2배”

애국가의 첫 소절인 ‘동해’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동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동해의 전체 면적은 100만 km²로 남북한 면적의 5배에 달하고, 평균 수심은 약 2000m, 최대 수심은 4000m나 된다.

동해 수심 수백 m 아래에는 수온이 0도로 매우 차지만 산소가 풍부한 바닷물이 가득하다. 산소를 잔뜩 머금은 ‘표층수’가 바다 깊은 데까지 공급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바닷물 전체가 순환하는 것을 ‘컨베이어 벨트’ 현상이라고 하는데, 지구 전체 바다에서 1000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 동해에서는 100년 만에 일어난다. 남극이나 그린란드 바다에서 발견되는 심층수가 동해에서 형성된다는 점도 특이하다. 이처럼 동해는 지구 전체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축소판 대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해는 전 세계 해양학자들의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경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도 2006년부터 ‘과학으로 동해를 지킨다’는 구호 아래 일본과 러시아 중심의 동해 연구 주도권을 되찾아 오고 있다.

○ 10년간 pH값 0.04 떨어져

최근 연구팀은 동해가 지구 온난화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표층수가 바닥까지 전해지지 못하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표층수에 녹아들면서 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 산성도를 나타내는 pH값은 지난 10년간 0.04나 떨어져 세계 바다 평균보다 두 배나 빠르게 산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산성화 속도가 빠른 이유는 남쪽의 따뜻한 바닷물이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들어와 식는 과정에서 기체 용해도가 높아져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녹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동해의 활발한 해수 움직임이 바다 식물의 광합성을 증진시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필요하게 되자 바다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동해에 녹아 있는 산소량은 표면에서 심해까지 1950년 초반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특히 바닷물의 순환이 일어나는 속도가 줄면서 울릉도 남쪽 심해에서는 산소가 거의 없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국제사회에 ‘동해’ 알리는 효과도

연구팀은 지난 5년 동안 총 21회에 걸쳐 동해 전역을 조사했다. 여기에는 인공위성의 관측정보, 연안 레이더의 해류 정보, 연구선의 심해 관측 정보 등 다양한 관측 방법과 정보가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바닷속을 수직으로 오르내리며 관측 정보를 실시간 전송하는 ‘자동 수직 이동 관측장치(E-RAP)’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내외 특허 출원을 하기도 했다. 또 국내기업에 기술 이전도 해 기술료 수입까지 얻고 있다.

이 장치는 수심 25∼350m까지 1∼5m 간격으로 움직이면서 하루에 두 번씩 수온, 염분, 산소량, 엽록소 등의 해양관측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원래는 수심 2000m까지 관측이 가능하지만 동해에서는 수심 350m보다 깊은 곳에선 변화가 크지 않아 상층부만 관측한다.

사실 동해 연구는 대양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역할도 하지만 군사 및 산업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동해에는 북한이나 러시아의 잠수함이 자주 나타났지만, 수심 200m까지 깊이에 따라 물의 특성이 다르고 계절에 따른 변화도 커서 해군의 대잠 작전이 어려웠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확보한 해양관측 정보를 군에 전달해 작전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또 어민들에게는 스마트폰으로 바닷속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최적의 장소에서 그물을 던질 수 있게 해준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국제 저널에 수십 편의 동해 연구를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에 ‘동해’를 알리는 효과도 올렸다. 실제로 2000년 전까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 논문이 90%에 달했지만 김 교수팀의 연구 발표 후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논문이 45%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과학으로 동해를 경영한다’는 목표로 동해를 개발하고 해양 영토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동해#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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