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주먹’, 강우석 감독이 다시 싸우는 까닭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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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1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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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 포스터.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전설의 주먹’ 포스터.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영화가 일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 ‘전설의 주먹’으로 새롭게 관객을 만나는 강우석 감독의 믿음은 여전했다. 그가 지금까지 그려온 스크린 속 세상은 늘 웃음과 강한 스토리라인을 타고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강우석 감독은 그렇게 관객이 스스로 자신들의 세상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길 원했다. 대신 이를 강요하지 않되, 때로는 통쾌한 웃음으로, 또 때로는 절절한 비장함으로 관객의 가슴에 가 닿았다.

10일 개봉하는 그의 19번째 연출작 ‘전설의 주먹’은 그런 강우석 감독의 욕망과 희망과 소망이 가득 담긴 무대다. 그의 어느 작품보다 자신의 간절한 욕망과 희망과 소망을 담은 그는 명징한 메시지로 많은 관객에게 또 다시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강우석 감독은 “시대의 부조리함을 (영화가)꼬집을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권력과 돈을 쥔 자들의 횡포. 그에 억눌리는 사람들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참아낼 뿐이다. 결코 바보여서 참는 게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설의 주먹’은 “먹고 살기 위해 참아낼 뿐”인 이들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화려했던 10대 시절을 서로 주먹질로 자웅을 겨루는 우정으로 보낸 40대 사내들은 비루한 현실이라는 또 다른 링 위에 올라 스스로를 찾아가며 세상으로 나아간다.

153분이라는 다소 긴 듯한 상영시간을 무색하게 하는 속도감 있는 장면장면들 속 격렬한 액션 장면을 통해 사내들은 더 없는 격투의 치열하고 처절한 싸움에 뛰어든다.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등 배우들도 그 처절한 싸움에 스스로를 내던지며 실제로 때리고 얻어터져가며 연기를 펼쳤다.

이들의 액션에 합을 더한 정두홍 무술감독은 강우석 감독에게 “마치 감독님이 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단다.

그것은 현실을 향한 강우석 감독의 또 다른 “절박함”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강 감독은 “정말 내가 링에 오른 느낌이다”면서 그건 “절박함이었다”고 말했다.

“남의 돈으로 영화를 찍은 게 처음인데, 왜 절박하지 않겠나?”

그는 CJ엔터테인먼트가 시네마서비스에 투자한 돈을 2015년까지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끼’의 불충분했던 흥행, ‘글로브’의 대중적 실패가 ‘전설의 주먹’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그만큼 절박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선배 감독이자 영화인”으로서 지닌 책임감 때문에 더 절박해 보였다.
“날 바라보는 후배 영화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과 어우러져 영화 계속하려면 꼭 잘 되어야 한다.”

마침 그가 설립한 영화사 시네마서비스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그리고 강우석 감독은 올해 다시 새로운 출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자신의 ‘전설의 주먹’을 제작, 연출하고 유아인 주연 ‘깡철이’, 김선아의 ‘파이브’ 등에 제작비를 댔다. 대신 한때 시네마서비스를 꾸려가는 데 강력한 힘이었던 배급은 앞으로 하지 않는다.

그만큼 강 감독의 의지는 강해 보였다. 그것은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스스로를 다지는 것이기도 했다.

강우석 감독은 배우들이 실제 서로에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합을 맞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27, 28년 동안 권투를 포기하고 싸움질해보지 않은 사내들이 링 위에서 멋지게 싸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야말로 자신을 그냥 그대로 꺼내 보이며 서로 막싸움과 개싸움에 뛰어든 거다. 나중에는 정말 그들이 검투사가 된 것처럼 보이더라.”

강우석 감독 역시 영화를 통해 세상에 맞선 승부사이다. 영화와 영화판과 세상(관객)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온 그는 ‘전설의 주먹’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바로 아버지의 모습이다. 실제로 그는 세 아이의 아버지다. 이제 중2가 된 첫 아이에게 그는 말했다.

“‘전설의 주먹’을 보면 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보일 거다.”

‘전설의 주먹’에서는 왕따인 딸이 참다 참다 못해 상해를 입힌 아이를 찾아가 아버지 황정민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장면이 나온다. 강 감독은 “무릎? 난 머리도 바닥에 박을 수 있어”라고 말한다.

“결코 보이지 않지만 그 내면에 자리잡고 있을 내공의 힘”을 그는 말했다. “자식과 가족을 위해 아버지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거대한 힘으로 드러날 내공. 강우석 감독은 지난 수십년 동안 쌓아온 영화의 내공을 ‘전설의 주먹’으로 새롭게 펼쳐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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