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왔다, 힘내” 파파 르네상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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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문화 부성애 코드 각광

6세 지능을 가진 바보 아빠(류승룡)가 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폭풍 눈물을 흘린다. 영화 ‘7번방의 선물’. NEW 제공
6세 지능을 가진 바보 아빠(류승룡)가 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폭풍 눈물을 흘린다. 영화 ‘7번방의 선물’. NEW 제공
요즘 대중문화계는 ‘파파 르네상스’ 시기를 맞고 있다.

아버지만 나오면 극장엔 관객이 들고, TV 프로그램도 시청률이 쑥쑥 오른다. 한동안 ‘모성애의 과잉’과 ‘부성애의 결핍’ 현상을 보이던 한국 대중문화가 왜?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사는 게 어려워질수록 아버지를 찾게 된다는 해석이다.

MBC ‘일밤’의 새 코너 ‘아빠! 어디가?’는 연예인 아버지가 7∼10세 자녀와 함께 시골에서 1박 2일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성동일(46)과 이종혁(39), 가수 윤민수(33), 전 축구선수 송종국(34), 방송인 김성주(41)가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나 좌충우돌하면서 점차 사이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6일 처음 방송된 이 프로는 한 달 만에 시청률이 두 자릿수로 뛰어올랐다.

배우 류승룡(43) 주연의 영화 ‘7번방의 선물’은 교도소 7번방에 수감된 6세 지능을 가진 바보 아빠(류승룡)에게 어린 딸이 찾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평론가들은 “신파”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지만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부모와 자녀 모두 눈이 벌게져 나온다. 올해 개봉작 중 최초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아버지(천호진)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딸 서영(이보영)을
원망하지 않는다. 뒤에서 몰래 지켜볼 뿐이다.KBS 화면 캡처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아버지(천호진)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딸 서영(이보영)을 원망하지 않는다. 뒤에서 몰래 지켜볼 뿐이다.KBS 화면 캡처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는 평생 가족의 등골 빼먹으며 살던 아버지(천호진)와 딸 서영(이보영)이 나온다.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해온 서영이는 무심코 고아라고 거짓말한 뒤 재벌 2세와 결혼하지만 헤어진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반전이 시작된다.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아버지는 교통사고 위기에 빠진 사위를 대신해 차에 뛰어드는가 하면 몰래 숨어 딸의 행복도우미가 된다. 이런 아버지의 애끊는 연기 덕에 시청률은 40%를 넘어섰다.

부성애가 문화적인 코드로 떠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경제위기가 닥치자 부성애를 그린 소설 ‘가시고기’와 ‘아버지’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아버지’는 영화로 제작돼 ‘아버지 신드롬’을 일으켰다. 현실에서 벼랑 끝까지 몰린 아버지들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소설이나 대중문화에선 ‘가족의 영웅’으로 재탄생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족주의가 대두한다”며 “집 밖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버지는 가정에 더 의지하게 되고 가족들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똘똘 뭉쳐 강한 아버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국남 문화평론가도 “파파 르네상스는 아버지에게 힘을 주고 싶어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버지의 호칭이 ‘아빠’로 바뀐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화소비층에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집에서는 외로운 가장이던 아버지의 이미지가 친근한 ‘아빠’로 변화하고 있다. 30, 40대 남자 연예인들에게 ‘딸바보’는 극찬으로 통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아빠’ 콘텐츠들은 기성세대 아버지가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며 “표현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가 아버지가 되면서 대중문화에서 소비되는 아버지의 이미지도 바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문현경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년  
#파파르네상스#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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