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리모델링하자]올랑드 집무실 좌우에 핵심 보좌관실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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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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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佛 엘리제궁의 ‘개방’… 수십m 동선내 대통령-수석실 나란히

300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은 1990년 이후 매년 9월 셋째 주말인 문화유산의 날에 일반에 공개된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때부터는 대통령 집무실까지 공개됐다.

2층짜리 건물인 엘리제궁은 공원을 제외한 전체 면적이 1만1179m²(약 3381평). 건축가 아르망클로드 몰레가 한 귀족에게 땅을 팔면서 지어준(1718∼1722년) 저택이어서 매우 좁다. 루이 15세, 나폴레옹 황제, 루이 18세를 거쳐 1848년부터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 관저로 정해졌다. 현 엘리제궁의 모습을 갖춘 건 1867년 대공사 이후. 건물 1층에는 국가 공식 연회나 만찬이 열리는 ‘살 데 페트(축제방)’와 매주 국무회의가 열리는 대회의장인 ‘살롱 뮈라’가 있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집무실은 2층에 몰려 있다. 2층 정원 쪽 중앙에는 샤를 드골 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 집무실로 쓰이는 ‘살롱 도레’가 있다. 그리고 대통령 집무실 바로 왼쪽에 비서실장 집무실이나 간이 회의실로 쓰이는 ‘살롱 베르’가 있다.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오른쪽에는 대통령과 참모진이 수시로 회의를 하는 회의실(Salon d’Angle)이 있다. 비서실장 집무실과 회의실의 옆쪽으로도 각각 수석 보좌진들의 사무실이 있다. 불과 수십 m의 동선 내에 대통령과 핵심 보좌진의 방이 나란히 있어 효율성이 높다.

■ 英 다우닝가 10번지의 ‘효율’… 캐머런-재무장관-원내대표는 이웃사촌

총리의 집무실과 관저가 함께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는 건물 주소가 총리실을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불리게 된 흔치 않은 사례다.

1680년 조지 다우닝 경이 지었다. 다우닝 경은 왕실에서 받은 10번지 땅에 2, 3층 단독주택이 붙은 타운하우스를 지었다. 10번지는 원래 3개의 건물. 1732년 영국의 초대 총리 겸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월폴은 10번지를 총리 관저로 사용한다는 조건하에 자리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20세기 중반 낡은 다우닝가 10번지는 무너졌다. 새로 건축하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기존 재료를 이용해 재건축하기로 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는 주요 방들을 다시 지었다.

3층짜리 건물의 맨 위층이 관저 역할을 한다. 방은 4개다. 2층에는 국무회의장이 있다. 각료들의 의자가 빼곡히 들어갈 정도로 자리가 좁다. 비서실장실도 이 건물에 있다.

10번지 건물 바로 옆인 11번지에는 여당의 2인자인 재무장관의 집무실 겸 관저가 있다. 두 건물은 안쪽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관저는 11번지가 더 크기 때문에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서로 관저를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9번지에는 집권당 원내대표의 집무실이 있다. 다우닝가에는 외교부 내무부 건물도 들어서 있다.

■ 獨 분데스칸츨러암트의 ‘소통’… 메르켈 집무실 15m 맞은편에 비서실장실

독일은 통일 이후 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기면서 총리실을 새로 지었다. 건설할 때의 콘셉트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8층짜리 대형 건물이면서 총리와 참모진 간의 소통, 총리실과 의회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총리 집무실은 7층에 있다. 같은 층의 집무실 맞은편에 총리 비서실장실이 있다. 총리실에서 비서실장실까지는 거리로 15m 안팎. 한 층 아래인 6층에는 각료 회의실이 있다. 5, 6층에는 대연회장, 이민·난민장관실, 문화·언론장관실도 있다. 도청방지 시설이 갖춰진 비상대책회의실은 4층 중간에 있다.

총리실 건물과 하원 의사당의 거리는 500m에 불과하다. 총리 집무실 베란다의 정면에 보인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가까이서 마주 보며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관저 높이는 36m로 의사당(47m)보다 낮다. 행정부가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집무실 바로 위인 8층에는 침실 2개와 거실 화장실 부엌을 갖춘 아파트형 관저가 있다. 새 총리실의 첫 거주자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주중에 가끔 이용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용하지 않는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로 당선되기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남편과 함께 지내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백연상 기자 taylor55@donga.com

▼ 日 총리관저의 ‘집중’ 관저에 정부 부처 밀집… 의회도 5분 거리 ▼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 11일. 오후 10시에 접어든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나가타(永田) 정의 옛 총리관저 3층에선 테러 발생 직후 곧바로 비상회의가 열렸다.

관저 3층에는 총리 집무실과 관방장관실, 비서관실이 모여 있다. 늦은 시간까지 퇴근하지 않은 비서관들이 관방장관과 사전 의논을 했다. 그 덕분에 총리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대(對)테러 성명을 내놓은 것.

이는 일본 총리 관저의 효율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총리 집무실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핵심 브레인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사건에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2002년 4월 옛 관저 옆에 새 관저를 지었다. 1929년부터 사용한 관저가 너무 좁았기 때문. 총면적 2만5000m²에 지상 5층, 지하 1층으로 옛 관저(지상 3층, 지하 1층)보다 2.5배나 넓다. 구조의 효율성은 똑같다. 총리 집무실이 있는 5층에 관방장관, 관방부(副)장관, 비서관실도 함께 배치했다. 걸어서 1분이면 관저에 도착하고, 2분이면 집무실까지 갈 수 있다.

비서관들은 주요 부처에서 파견된 국장급 간부다. 역대 총리들은 점심 약속이 없으면 5층 회의실에서 비서관들과 식사하면서 다양한 국정 이슈를 논의했다.

나가타 정에는 재무성 외무성 등 각 부처가 밀집해 있다. 의회도 걸어서 5분 거리. 각료들을 긴급히 호출하면 30분 안에 다 모인다. 정부 부처가 서울 과천 세종시에 흩어져 있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효율적인 구조라도 총리 스스로가 소통을 거부하면 소용이 없다.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는 홀로 점심 식사를 하곤 했다. 특히 2010년 말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선 충돌 사건 이후 홀로 점심이 상시화됐다. 주변에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공무원을 불신했던 그는 ‘정치 주도’를 강조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을 때도 “공무원 조직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명령에 신속히 움직이는 것은 자위대뿐이다”라고 한탄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불신은 대지진 발생 시 우왕좌왕하게 만들었고 결국 집권 약 1년 만인 2011년 8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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