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공유하기
동아일보|경제

“도전하세요”… 유명기업인 25명, 무보수로 2030 멘토링 눈길

입력 2013-01-15 03:00업데이트 2013-01-15 03:00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창업사관학교’ e메일 한 통 받고 흔쾌히 수락
“바로 당신 같은 기업가를 키우는 것이 우리 목표입니다.”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은 지난해 20, 30대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창업기업가 사관학교’를 열기로 하면서 25명의 유명 기업인에게 이런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원고지 열두 장 남짓한 글을 읽은 기업인들은 대부분 무보수 멘토 역할을 흔쾌히 수락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일분일초가 아까운 이들은 제안을 받자마자 곧바로 ‘OK’ 결정을 내렸다.

조영철 전 CJ홈쇼핑 사장이 만든 ‘CEO 지식나눔’을 통해서도 40여 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가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멘티의 감사편지 “반드시 회장님보다 더 큰 사람이 돼 보답하겠습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과 멘토-멘티의 인연을 맺은 홍의선 씨가 윤 회장에게 보낸 편지. 두 사람은 3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30여 차례 편지를 주고받았다. 윤홍근 회장 제공멘티의 감사편지 “반드시 회장님보다 더 큰 사람이 돼 보답하겠습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과 멘토-멘티의 인연을 맺은 홍의선 씨가 윤 회장에게 보낸 편지. 두 사람은 3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30여 차례 편지를 주고받았다. 윤홍근 회장 제공
○ “환경 탓하지 말고 도전하라”

청년기업가 사관학교, CEO지식나눔 등을 통해 멘토링에 나선 전현직 기업인들을 만나 ‘2030 멘토’에 의욕적으로 나선 까닭을 물었다.



청년기업가 사관학교 멘토를 하기로 한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은 “시행착오로 젊은 기업가의 꿈이 좌절되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로서도 큰 손실”이라며 “경험을 나눠 젊은이들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기업을 하면서 포기하지 않았던 원칙들, 포기하고 싶을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는지 하는 것들이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스킬보다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삼성그룹 출신으로 CEO지식나눔 멘토로 활동하는 김수근 전 삼성디자인학교(SADI) 원장은 “신입사원을 뽑다 보면 의외로 자신의 가치관을 설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젊은이가 많았다”며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이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마음을 정할 수 있게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업인 멘토들은 고속 성장기에 사회에 진출한 자신들과 달리 저(低)성장으로 기회를 잡지 못하는 2030세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내비쳤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현 세대는 경제적으로 훨씬 더 풍요로워졌지만 경제의 틀이 꽉 짜여 있어 자수성가할 기회는 줄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핑계로 도전하지 않는 청년들에게는 일침을 날렸다. 김종훈 회장은 “처지가 얼마나 좋고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열정을 갖고 나의 길을 개척하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정부 회장은 “환경은 환경일 뿐”이라며 “나 역시 사업을 시작한 뒤 단 하루도 편해본 날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성덕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사장은 “요즘은 누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20%밖에 안 된다”며 “얼마나 강한 의지로 실행할 것인가가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요즘 정주영 회장 같은 의지를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멘티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본다”


“학교를 그만두고 회장님 같은 외식 사업가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4년 전 한 고등학생의 편지를 받았다. 처음엔 객기 어린 행동이라 생각했지만 읽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미래 목표를 이루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일단 고등학교는 마쳐라. 너 정도 생각이면 회사 다니면서 대학에 가도 충분하다’고 답장을 써줬죠.”

이렇게 멘티인 홍의선 씨(20·제너시스BBQ 입사 후 군 입대)와 인연을 맺은 윤 회장은 3년여 동안 한 달에 한 통꼴로 편지와 e메일을 주고받았다. 윤 회장은 홍 씨를 만나며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부친께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스무 살 때까진 선친이 필요한 줄 몰랐죠. 서른이 돼 창업하려는데 보증을 설 사람이 없었습니다. 선친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는 “울면서 상의하고 싶을 때마다 떠올린 선친의 역할을 지금 내가 2030세대에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멘토로 나선 기업인들은 이렇게 멘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자신도 위안을 받고 더욱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장성덕 사장은 “젊은 창업가들을 만나면 시작할 때의 열정을 돌이켜볼 수 있다”며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도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김종훈 회장도 “회사의 젊은 구성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과 이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