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인더스트리’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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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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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둥바둥 집 사는 대신 우아하게 고쳐서 살자”

도서출판 미호 제공
도서출판 미호 제공
올가을 결혼한 김모 씨(30)는 부엌에는 이동식 아일랜드 식탁, 드레스룸에는 시스템 가구를 설치하고 서재에는 유명 가구업체가 인터넷몰 전용으로 파는 책장을 들여놨다. 김 씨는 “신혼집 분위기를 살리고는 싶은데 전셋집이라 리모델링 욕심은 접고 가구로 분위기만 냈다”며 “10자 장롱이나 고급 책장은 이사 갈 때 짐만 될 것 같아 온라인에서 파는 저가 가구를 주로 샀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전세 인더스트리’가 뜨고 있다. 세입자들이 이사하면서 떼어가거나 버려도 크게 아깝지 않을 만한 실속 인테리어를 선호하면서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산업에는 활기가 감돌고 있다.

○ 꿈틀대는 ‘전세 인더스트리’

최근 이마트는 아파트의 평형에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용 시스템 가구를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일반 가구의 50% 정도(60cm 기준 8만9000원)로 책정했다. 전셋집을 전전하는 ‘노마드’(유목민) 입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이사할 때마다 달라지는 집의 평수나 구조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가구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마트 측은 “크고 무거운 장롱 대신 옮기기 쉽고 저렴한 ‘패스트 가구’를 찾는 대체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샘, 리바트, 까사미아 등 주요 가구 업체들이 온라인몰을 새로 론칭하고 저가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도 전세 인더스트리의 성장 때문이다. 가구 업체들은 주로 소형 주택이나 아파트에 사는 전세 노마드족을 타깃으로 ‘한샘몰’ ‘이즈마인’ ‘까사온’ 등 온라인몰을 열고 전용 가구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샘의 경우 2008년 173억 원이던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723억 원으로 성장했다. 가구업계에서는 온라인 가구시장이 전체 가구시장(약 4조5000억 원)의 20%를 차지할 만큼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테리어업체인 지인에코하우스 압구정·잠실점의 조인수 사장은 “과거엔 집주인이 새로 분양 받은 집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많았지만 요즘은 전세 비중이 커지면서 부분적인 리모델링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 노마드족 노린 틈새 상품도 인기

전세 노마드족을 겨냥한 틈새 아이디어 상품들도 쏟아지고 있다. 벽에 못을 박지 않고 압착 고무판으로 설치하는 커튼 봉이 최근 등장했다. 또 현관에 설치하는 도어록도 문을 뚫지 않고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G마켓에서는 이사할 때 손쉽게 가져갈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과 DIY용 공구, 페인트 등의 판매가 40% 이상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출판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서점가에는 ‘숨고 싶은 집, 혼자 사는 전셋집 고쳐 살기’ ‘전셋집이 특별해지는 28가지 인테리어 아이디어’ 등 전셋집에 특화된 인테리어 서적 출간이 봇물을 이뤘다. 파워블로거 출신인 김동현 씨가 9월 펴낸 ‘전셋집 인테리어’(미호)는 출간 일주일 만에 초판이 다 팔렸고 현재 교보문고 취미실용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출판사 측은 “그냥 살려니 아쉽고 고치려니 부담스러운 전셋집 꾸미기에 대한 셀프 리폼 노하우를 담아낸 책”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황으로 전세 노마드족이 늘어난 점이 책의 인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전세#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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