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힐링, 책으로 부활하다… ‘올해의 책’ 24권을 통해 본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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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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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우리곁의 상처 입은 사람들
인터넷 서점 예스24 주최


20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12 예스24 네티즌선정 올해의 책’ 시상식에 참석한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1위를 차지한 그는 “각박한 삶 속에서도 스스로 성찰하고 위안을 얻는 ‘힐링’이 사회적인 트렌드로 부각되며, 제 책도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20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12 예스24 네티즌선정 올해의 책’ 시상식에 참석한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1위를 차지한 그는 “각박한 삶 속에서도 스스로 성찰하고 위안을 얻는 ‘힐링’이 사회적인 트렌드로 부각되며, 제 책도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인터넷 서점 예스24(대표 김기호)가 주최하는 ‘예스24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이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 관련 온라인 투표로 자리잡은 ‘올해의 책’ 행사에는 2003년 이후 약 100만 명 가까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10년 동안 240권이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올해에는 총 9만463명의 누리꾼이 참여해 △문학 △인문·교양 △비즈니스·자기관리 △가정·실용 △아동·청소년 등 5개 분야 120권의 후보작 가운데 24권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2012 올해의 책’ 1위를 수상한 혜민 스님을 비롯한 출판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2012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문학 작품을 보면 9권 중 7권이 시나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다. 지난해에는 베스트셀러 에세이의 키워드가 ‘청춘’이었다면 올해는 ‘힐링’이었다. 혜민 스님을 비롯해 법륜, 정목 등 스님들의 인생 해법을 담은 에세이들이 잇달아 인기를 끌었다. 젊은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병률 시인의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에세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도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스트레스와 경쟁에 지쳐 있는 독자들이 자신을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게 해주는 힐링 에세이가 독서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총 3만2294표를 얻어 3만612표를 얻은 ‘안철수의 생각’을 1682표 차이로 따돌리고 올해의 책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은 올해 1월 출간 후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에서 총 26주간 1위를 기록해 2012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혜민 스님의 책은 여성(63%)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반면, ‘안철수의 생각’은 남성(50.1%)과 여성(49.9%) 구분 없이 고른 지지를 받았다. ‘안철수의 생각’은 올해 7월 출간된 다음날에만 1만2000권이 팔리며 1분에 8.3권씩 판매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최근 10년간 일일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스티브 잡스’의 7500권보다 1.6배 많은 수치다.

시상식에 참석한 혜민 스님은 “사실 작품성으로 따지면 내 책은 1등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오랜 경륜을 가진 훌륭한 작가 분들이 많이 계신데, 저의 부족한 책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2012 올해의 책’ 1위로 선정된 것도 모두 너무나 송구스럽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혜민 스님은 “제 책을 읽고 자살하려던 마음을 다시 잡았다고 하는 젊은이도 있었다”며 “제가 쓴 짧은 메시지에도 사람들이 위로받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그동안 서로 인정해주고 사랑을 나누는 데 얼마나 인색했는지를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기간 중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해 미움을 표현하는 글들이 많았는데, 이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끼리도 서로 화합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새 대통령께서 국정을 잘 이끌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책 3위에는 주진우 기자의 권력과 부패에 관한 심층 추적 취재기 ‘주기자’가 뽑혔으며,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인생 멘토링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여성 독자(63.2%)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4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허전한 마음에 주목한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은 5위에 올랐다.

해외 석학의 소문난 강의를 활자로 옮긴 책도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 몸담고 있는 협상전문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8위와 11위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석학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20위)은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 기술이 결합한 강력한 산업혁명의 도래를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부 이상이 팔린 영국작가 E 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14위에 올랐다.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평가를 얻은 19금 소설인 이 책은 국내에서 올해 전자책 판매 붐을 일으켰다. 또한 우리 몸이 원하는 최적의 식사법으로 하루 한 끼를 먹으라고 권하는 ‘1日1食’, 웹툰으로 사랑받으며 책으로도 출간된 인기 만화작가 윤태호의 ‘미생’,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에게 배우는 ‘하루 15분 정리의 힘’, 스타 영어강사 박현영의 ‘말문이 빵 터지는 세 마디 영어’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김기호 예스24 대표이사는 “책이란 단순한 출판물이 아닌 역사와 트렌드 그리고 시대상을 담는 결정체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며 “10회째를 맞은 ‘올해의 책’이 앞으로도 ‘책 읽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올해의 책, 어떻게 뽑았나… 후보작 120권 대상으로 독자가 온라인·모바일 투표 ▼


예스24의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은 전년도 12월부터 1년간 출간된 도서들 가운데 예스24가 후보작 120권을 추리면 이를 대상으로 독자들이 온라인, 모바일 투표를 통해 최종 24권을 선정하는 행사다.

후보가 되는 작품들은 문학 인문·교양 비즈니스·자기관리 가정·실용 아동·청소년 등 5개 분야별로 24권씩이다. △도서 내용과 편집이 우수하고,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 △올해의 상황과 맞는 시의성과 한국인에게 화제가 됐던 책 △오랜 기획과 저술의 노고 등으로 발간의 의미가 깊은 도서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예스24에 연간 등록되는 도서가 8만 권이 넘으므로 ‘올해의 책’ 경쟁률은 약 3333 대 1이 된다. 투표에는 매년 9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참여해왔다. 올해의 책에 작품이 선정된 작가에게는 상패를 수여하는데, 2007년에는 방한한 앨빈 토플러가 직접 이 상패를 받기도 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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