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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슬픈 老年… 자영업에 내몰리지만 빈곤율은 평균의 갑절

입력 2012-12-26 03:00업데이트 2012-12-2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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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2012 비임금근로 조사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사는 김호윤 씨(61)는 2년 전부터 법인택시를 운전한다. 8년 전 대기업에서 퇴직할 때만 해도 현금자산만 5억 원 넘었다. 하지만 편의점과 식당을 차렸다가 망하면서 돈만 까먹었다.

3억 원짜리 109m² 아파트가 전 재산인 김 씨는 내년까지 무사고 운전경력을 쌓은 뒤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아 개인택시 면허를 살 계획이다. 김 씨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아들 때문에 밥벌이를 쉬는 건 꿈도 못 꾼다”며 “개인택시를 해도 월수입 200만 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 대출이자나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앞으로 10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1위. 생활고를 해결하려고 자영업에 나서지만 60세 이상인 사람들의 소비여력은 해가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25일 통계청의 ‘2012년 비(非)임금근로 부가조사’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총 143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136만3000명)보다 5.5%(7만5000명) 증가했다. 30대(4.5%), 50대(3.5%) 등에 비해 높은 증가세다. 전체 자영업자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4.8%로 전체 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었다. 노인 자영업자가 증가했지만 이들 중 직원을 1명이라도 둔 고용주의 비중은 10.2%(14만70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했다.

자영업 등을 통해 소득을 늘리려 애쓰고 있지만 60대 이상의 실제 ‘소비 능력’은 예전보다 감소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의 3분기(7∼9월) 평균 소비성향은 69.4%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3분기(66.7%)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평균 소비성향은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 얼마나 소비에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60세 이상의 처분가능소득은 2002년 168만 원에서 올해 236만 원으로 40.5%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액은 같은 기간 136만 원에서 164만 원으로 2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인들의 빈곤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빈곤율은 가처분소득 중앙값(수치를 크기 순으로 나열할 때 가장 가운데에 있는 값)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인구의 비율.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함께 조사한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체 가구의 빈곤율은 16.5%인 데 비해 60대 이상 빈곤율은 갑절에 가까운 32%, 70대 이상 빈곤율은 54.5%에 달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의 비율이 30%가 채 안 되는 데다 직장 은퇴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이 부족한 게 노인 빈곤의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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