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 산업재해]<上>겨울철 안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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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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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하루 250명 다치고 6명 숨져… 폭설 내리는 기간 낙상사고 43% 급증

폭설과 추위가 반복되는 겨울철에는 산업현장에서 뇌심혈관계 질환뿐만 아니라 낙상사고도 크게 늘어난다. 사진은 폭설이 내린 뒤 서울 종로구 공무원들이 빙판길을 제거하는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폭설과 추위가 반복되는 겨울철에는 산업현장에서 뇌심혈관계 질환뿐만 아니라 낙상사고도 크게 늘어난다. 사진은 폭설이 내린 뒤 서울 종로구 공무원들이 빙판길을 제거하는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 외식업체에서 배달 일을 하는 A 씨(27)는 그릇을 수거하고 내려오던 중 얼어붙은 계단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미끄러지면서 대리석 계단 모서리에 부딪쳐 머리를 크게 다쳤다.

#2. 건물 관리 일을 하는 B 씨(62)는 새벽에 내린 눈을 제설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길바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뇌출혈로 사망했다.

겨울철 날씨는 불규칙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한파와 폭설을 동반할 때가 많다. 날씨는 이제 산업재해의 주요한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겨울철 3대 산업재해로 불리는 교통사고, 낙상, 뇌심혈관계 질환 등은 폭설과 한파가 주범이라는 분석이다.

24일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낙상사고를 당한 서비스산업 재해 근로자 4명 중 1명은 눈이나 빙판으로 인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낙상 재해가 급증하는 현상도 엿보였다.

재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교통사고는 대설기간에 정상기간보다 48.7% 늘었으며, 넘어지는 낙상사고도 43.4% 증가했다. 눈이 그치고 복구 작업이 이뤄지는 중에도 무리한 동작에 의한 산업재해가 77% 증가했으며 넘어지는 사고도 40% 이상 늘었다.

또한 최근 10년간 뇌심혈관계 질환 재해피해자 1만1580명을 분석한 결과 실내외 기온 차가 큰 12월과 1월에 발생한 경우가 각각 평균 121명, 106명이었다. 이 기간 재해피해자 수는 전체 평균(99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내 3대 업종(서비스·건설·제조)별로 대설기간과 복구기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큰 눈이 내린 기간에 서비스업의 재해는 17% 이상 급증했지만 건설업과 제조업은 오히려 4∼5% 줄었다. 폭설이나 한파가 없는 정상기간에는 서비스업 종사자 152명이 재해를 당한 반면 대설기간에는 178명이 업무 중 다치거나 숨진 것이다.

반대로 제설작업이 이뤄지는 복구 기간에는 서비스업의 재해 증가율이 5.3%인 데 비해 제조업 분야의 재해율은 16.7%로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은 대설기간에 취약하고 반대로 제조업은 복구기간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산업재해와 날씨의 지난 10년간 상관관계를 집중 연구한 안전보건공단 김영선 박사는 “겨울철 산업재해의 상당수는 변덕스러운 날씨와 한파에 기인한다”면서 “특히 넘어지는 낙상사고의 경우 3년간 12월 1506명, 1월 1489명을 기록할 정도로 겨울철의 주된 산업재해 가운데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매일 산업재해로 250여 명이 다치고 이 가운데 6명이 사망할 정도로 일터 사고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최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눈이 많이 내리면서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산업재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겨울철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 산업현장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173만 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1400만 근로자 가운데 요양이 필요한 재해자는 9만300여 명으로 재해율은 0.65% 수준이다. 특히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11년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18조 원으로 교통재해의 1.4배, 자연재해의 15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피해 근로자 1명당 1억7000만 원의 손실이 나기 때문에 산업재해만 줄여도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백 이사장은 “겨울철에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바닥 면이 넓은 운동화나 작업화를 착용해야 한다”며 “외부에서 장시간 일할 경우 반복적인 스트레칭과 휴식시간을 갖는 것도 재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전보건공단은 겨울철을 ‘서비스업 넘어짐 재해 예방 강조기간’으로 정하고, 관련 사업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재해 예방에 부심하고 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산업재해#안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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