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3]유권자 55.9%만 지지후보 공약 맞혀… 朴-文, 정책 차별화-홍보 실패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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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얼마나 아십니까… 본보-채널A 시민 289명 대상 블라인드 테스트

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알아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지 후보의 공약을 맞힌 유권자가 55.9%에 그쳐 두 후보가 정책 차별화와 홍보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알아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지 후보의 공약을 맞힌 유권자가 55.9%에 그쳐 두 후보가 정책 차별화와 홍보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Q. 다음은 박-문 대선 후보 2명이 내놓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공약입니다. 귀하가 지지하는 후보의 공약이 어떤 건지 맞혀 보세요.

①재협상 어렵지만 농축산업 보완책 마련

②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 재협상

※정답은 기사 안에.


동아일보와 채널A가 3, 4일 이틀간 서울역과 광화문역 2곳에서 시민 289명에게 설문한 결과 위 문제를 맞힌 유권자가 160명으로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공약 6개의 평균 정답률은 55.9%에 그쳤다. 두 후보가 정책 차별화와 홍보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숫자로 증명된 것이다.

설문은 3단계로 나뉘어 ‘큐 스테이트먼트’(Q Statement·여러 진술 중 조건에 해당하는 것을 주관적으로 선택)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분야별 주요 공약 각 3개를 후보 이름 없이 검은 상자 위에 적어 놓은 뒤 △박 후보 지지자는 빨간색 종이를, 문 후보 지지자는 노란색 종이를 들고 △지지 후보의 공약이라고 생각하는 상자에 투표하도록 했다. 주요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후보자별 정책 이슈’와 각 후보의 공약집을 참고한 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와 정치학자들의 검수를 거쳐 후보별로 대표성 있는 실행 공약을 최종 선정했다.

박 후보의 공약인 ‘한미 FTA 재협상 어렵지만 농축산업 보완책 마련’을 맞힌 박 후보 지지자는 132명 중 56명(42.4%)뿐이었다. 문 후보의 ‘ISD 조항 재협상’ 공약도 지지자 157명 중 104명(66.2%)만 맞혔다. 나머지 유권자들은 ‘도저히 모르겠다’라며 기권하거나 상대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내 후보의 공약’이라고 착각했다.

‘4대 중증 질환 치료비 전액 지원’과 ‘연간 환자 부담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로 나뉜 의료복지 분야 공약의 정답률은 평균 50.1%에 그쳤다. 양측이 중도층 지지율을 지나치게 의식해 공약도 비슷해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분석한 두 후보의 분야별 정책 공약에 따르면 비교군 10개 중 6개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복지 확대를 주장하지만 구체적 실행 공약은 차별화되지 못했거나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아이 대학 등록금 지원’과 ‘임신·출산 필수 의료비 지원’을 들고 나온 두 후보의 출산 장려 공약에서도 정답률은 각각 57.6%와 72.6%였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일관성이 없는 정당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문항에서도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의 공약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은 책임정당제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유권자도 공약을 전부 알고 투표하지 않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공약이 뭔지는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원 신윤조 씨(29)는 “선거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공약이 나오지만 당선되면 지켜지지 않아 관심을 끊었다”라고 했다.

이번 설문 결과 문 후보 지지자의 평균 정답률이 62.8%로 박 후보 지지자의 47.7%보다 높게 나온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 후보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공약보다 정당의 기조나 인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건희·박희창 기자 becom@donga.com
#대선공약#블라인드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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