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못가려” 세살아들 때려 숨지게… ‘나쁜 부모’ 사회문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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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日처럼 자녀학대-살해 잇따라

‘철부지 부모’들의 자녀 폭행·사망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한 10대∼20대 초반의 어린 부모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30대 부모라도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어른들을 보며 부모 역할을 학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주 이유로 꼽았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5일 아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학대해 숨지게 한 아버지 박모 씨(23)를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어머니 주모 양(18)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1월 19일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집에서 장난감으로 아들을 때리고 바닥에 던져 숨지게 한 혐의다. 4년 전부터 사실혼 관계였던 박 씨 커플은 지난해 12월 보호시설에 맡겨뒀던 아들을 데려온 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상습적으로 학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아들이 숨지자 119에 신고한 뒤 아들의 온몸에 난 멍자국에 대해 “다리가 약해 잘 걷지 못하고 자주 넘어졌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를 수상하게 여긴 병원 간호사가 경찰에 신고해 덜미를 잡혔다. 박 씨는 고교 졸업, 주 양은 중학교 중퇴로 별다른 직업 없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사기혐의로 수배 중이기도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경남 창원시에서 최모 씨(37·여)가 세 살짜리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가방에 담아 저수지에 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 씨는 경찰에서 “학대받고 살아온 나처럼 아들이 살까 봐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2010년 3월에는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굶겨 죽여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범행을 저지른 부부는 남편은 40대였지만 아내는 20대 중반이었다.

이들 가해 부모의 특징은 “자꾸 보챈다” “시끄럽게 한다” 등 사소한 이유로 친자식을 학대하고, 비교적 나이가 젊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또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 정상적인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아이를 학대해 죽게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모들의 사례가 잇달아 보도되면서 이미 사회문제로 비화해 2010년 초 일본 국회에 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친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두 살짜리 딸을 살해한 혐의로 케이시 앤서니(25)가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앤서니는 나이트클럽 홍보 일을 하는 싱글맘으로 딸이 실종됐는데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01년 2606건에서 2011년 8325건으로 10년 사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부모에 의한 학대가 매해 80∼90%를 차지하는데 이 중 친모에 의한 학대가 2001년 23.8%에서 2011년 32.4%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2년 1∼9월에 접수한 아동학대 신고사례 가해자들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부적절한 양육태도를 지녔거나(17.3%) 양육지식 및 기술 부족(14.9%) 등 부모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적 어려움(11.2%)과 스트레스(10.2%), 알코올 남용(5.9%) 등도 가해자들이 겪는 문제로 조사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어른들을 보며 부모 역할을 학습했지만 최근에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모르는 준비되지 않은 젊은 부모가 늘고 있다”며 “‘철부지 부모’는 늘어나는데 이들에 대한 사회적 교육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상담프로그램, 정신과 치료 등을 실시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이양희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전 유엔아동권리위원장)는 “학교 교육에 부모 교육, 아동 인권 관련 수업을 의무화하고 어떤 것이 아동 학대인지 알려야 한다”며 “아동학대는 재범률이 높은 만큼 성범죄자처럼 재발방지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멍자국 보고 다신 때리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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