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부실한 급식, 매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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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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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급식을 거른 채 교내 매점에서 구매한 빵과 과자, 음료수 등을 먹고 있다.
15일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점심 급식을 거른 채 교내 매점에서 구매한 빵과 과자, 음료수 등을 먹고 있다.
경기 용인의 A 고교 2학년 교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 김모 군(17)이 교탁 앞에 섰다. “오늘의 점심급식 메뉴는 소불고기입니다”라고 외치자 나머지 학생들은 “악! 고무고기(고무처럼 질긴 고기라는 뜻) 나온대”라며 비명을 질렀다. 김 군의 말이 이어졌다.

“자, 그럼 이제부터 매점팟(매점파티의 줄임말)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희망하는 학생은 지금 매점 앞으로 모여주세요!”

김 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 학급 36명 중 20여 명이 매점으로 달려가 닭가슴살 햄버거, 피자맛빵, 버터치즈과자, 자두맛 탄산음료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김 군은 “다음 날도 급식에 자장면이 나왔는데 면이 우동보다 더 두껍게 불어있어서 그냥 버리고 친구들과 함께 매점에 갔다”고 전했다.

최근 중고교에선 학교 급식을 외면하고 매점과 학교 앞 분식점 등에서 군것질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이 적지 않다. 무상급식의 수혜 대상이 중고생 전체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학교급식에 대한 학생들이 태도는 썩 호의적이지 못하다. 학생들은 급식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은 어떤 음식으로 급식을 대체하고 있을까.

○ 급식 대신…‘피자리오’ ‘돈갑내기’ ‘식신’

학생들이 급식 대신 끼니를 때우기 위해 즐겨 찾는 대표 음식은 컵라면. 그중에서도 국물이 없고 소스로 간단히 비벼먹는 형태의 ‘○○볶기’가 인기다. 일부 학교 매점에선 점심식사 시간 전후로 ‘삼각김밥’과 ‘주먹밥’도 금방 동이 난다.

학교 매점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이 즐비하다. 햄버거 종류만 △돼지고기와 칠면조고기를 혼합한 패티를 쓴 ‘숯불맛 골든바’ △햄버거와 피자를 합쳐놓은 ‘피자리오’ △돼지고기 패티로 만든 ‘좋은 돈갑내기’ 등 5가지가 넘는다. △소시지를 빵으로 감싼 ‘식신’ △옥수수 가루에 소맥분, 설탕, 향료 등을 넣고 튀긴 과자 ‘나나콘’ △라면 부스러기에 스프를 섞은 듯한 과자 등을 즐겨먹는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교 교사 신모 씨는 “학생들이 매일 먹는 일부 정체불명의 빵과 과자 중에는 유통기한 표시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매점이 결식 원흉?…매점 없어도 군것질 ‘이상무’


학생들이 급식을 외면하도록 만드는 ‘원흉’이 학교 매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작 교내에 매점이 거의 없는 중학교와 점심시간에 매점이용을 금지하는 학교도 학생들이 먹거리 ‘외도’를 하긴 마찬가지다.

경기 안양시의 한 중학교 천모 양은 “아침에 급식메뉴를 확인하고 그날 반찬이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등교할 때 과자나 빵을 사와서 점심을 해결한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에 매점이용을 금지하는 학교의 일부 학생은 아예 등교할 때 일주일 동안 먹을 컵라면을 박스째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 이모 군은 “식사시간에 매점을 열지 않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미리 먹을 것을 사다 놓았다가 점심시간에 먹는다”면서 “외출증을 받아 학교 앞 분식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반복되는 급식메뉴…“지겨워”

급식을 외면하는 중고생들이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급식이 맛이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단조로운 메뉴가 결식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많다.

충남지역의 한 여고 2학년 김모 양은 “월, 목요일은 돈가스와 스프, 금요일은 치킨 마요덮밥처럼 매주 요일별로 비슷한 음식이 나와 금방 싫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태윤·이강훈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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