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그래픽의 발전, 그래픽카드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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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2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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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장인 A씨는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9살 아들의 전화 내용은 간단했다. 모니터가 갑자기 꺼졌다는 것. 요약해 보니, 5년째 사용하던 CRT 모니터가 드디어 고장이 난 것으로 보였다. 약 1년 전부터는 모니터 화면 밑의 제어버튼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어 속을 태우더니, 결국 수명이 다 된 것이다. 후회는 없었다. 정말 오래 사용했으니 말이다.

모니터가 고장 났지만, A씨는 큰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집에서 PC를 자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쇼핑을 즐기시는 어머니와 요즘 유행하는 ‘닌자고’ 등을 인터넷으로 보는 아들녀석의 성화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최소한 학교 알림장을 볼 PC가 필요하다는 말에 A씨는 이번 기회에 큰 맘을 먹고 노트북을 하나 샀다. 어차피 오래되고 덩치만 컸던 데스크탑PC를 치우고, 아무래도 휴대성이 좋은 노트북이 여러 모로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트북을 한 대 구매해 집에 설치해놨더니, 며칠 뒤 어머니로부터 핀잔이 들려왔다. “넌 뭐하러 이렇게 좋은걸 샀냐? 아들 녀석 프로게이머 만들려고?” 아들이 게임을 설치해 하루 종일 그것만 하더라는 어머니의 말에 A씨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게임? 내장그래픽 노트북이라고 싸게 샀는데?

내장그래픽, 어디까지 왔나

내장그래픽이란, 프로세서나 메인보드 안에 그래픽 처리용 코어를 탑재한 것을 뜻한다. 즉, 내장그래픽을 탑재한 PC는 흔히 말하는 ‘그래픽카드’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공짜 그래픽카드가 PC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특히, 대표적인 PC용 프로세서 제조사 인텔과 AMD는 최근에 그래픽 처리용 코어를 프로세서 안에 내장해 선보이고 있다(과거에는 메인보드에 내장그래픽을 탑재했었다. 때문에 내장그래픽을 지원하는 메인보드와 지원하지 않는 메인보드에 따라 사용 유/무가 달랐다). 인텔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과 AMD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 A시리즈 제품군이 내장 그래픽 코어를 내장한 대표적인 프로세서다.


문제는 성능이다. 내장그래픽의 성능은 일반적으로 외장 그래픽카드 보다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도 그랬다. 게임을 좋아하는 10~30대 남자라면, 최신 온라인 게임 또는 패키지 게임을 원활하게 실행하기 위해 ‘그래픽카드’를 사러 용산을 한번쯤은 돌아다녀 봤을 것이다. 몇 년 전만해도 ‘PC 업그레이드’는 곧 ‘그래픽카드를 바꾸는 것’과 동급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무시하던 내장그래픽 성능이 최근에 참 많이 향상됐다.

내장그래픽 성능 향상에 대한 검증은 이미 여러 번 진행했었기에 아래 참고기사를 확인하도록 하자.

참고기사
내장 그래픽 “많이 컸네, 디아블로3도 되고” - http://it.donga.com/plan/9615/
‘가성비’의 종결자, AMD 2세대 APU ‘트리니티’ - http://it.donga.com/review/11199/


‘내장그래픽이 좋아 봐야…’라는 인식을 바꿔야

과거 몇 년 사이와 비교하면, 내장그래픽 성능이 일취월장한 것은 분명하다. AMD APU의 경우 외장 그래픽 카드와 비교될 정도로 그 성능이 향상되었으며, 인텔 HD4000도 많이 달라졌다. 문제는 내장그래픽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다. ‘그까짓 내장그래픽이 좋아 봐야 얼마나 좋아졌겠어?’라는 버릇처럼 외장 그래픽카드를 꽂아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너무 과한 성능을 요구하기도 한다. 필요한 만큼의 성능이 충분한데도 그 이상의 성능을 바라기도 한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디아블로3, 스타크래프트2,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등의 게임은 내장그래픽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게임 내 최고 옵션으로 설정해 즐길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서 즐기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의 경우, 게임에 사용되는 엔진의 이해도가 올라가면서 최적화 수준이 높아져 과거처럼 높은 PC 사양을 요구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내장그래픽을 탑재한 PC로도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거나 뉴스를 검색하고 동영상을 감상하는 정도라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회사에서 문서작업이나 포토샵과 같은 일반적인 그래픽 작업으로 사용하기에도 알맞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외장 그래픽카드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배틀필드3’, ‘메트로2033’ 그리고 곧 출시할 ‘파크라이3’와 같은 높은 사양이 필요한 게임이라면 당연히 (높은 성능의) 외장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애초에 내장그래픽으로 해당 게임을 실행하면서, ‘거봐. 안되잖아’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파크라이3의 경우, 게임 내 최고옵션으로 즐기기 위해서 ‘엔비디아 GTX 680 또는 AMD 라데온 HD7970 정도는 갖춰야 한다’라고 알려졌다. 내장그래픽과 비교할만한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용자가 어떤 용도로 PC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장그래픽이면 충분할 수도,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까짓 내장그래픽이 좋아 봐야’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렇게 좋아졌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쓸데없이 비싼 PC가 아닌, 사용자에게 맞는 PC면 되지 않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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