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제조-판매사 17곳 고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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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치사 혐의… 손배소도 “정부 조사-대책 미흡”
시민단체 “모두 52명 사망”

가습기살균제로 가족을 잃은 8명이 살균제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31일 고발한다.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코스트코코리아 애경산업 SK케미칼 등 17개 업체가 대상이다.

이와 별도로 피해자 가족 26명은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일부 피해자와 가족은 4∼10명씩 소송을 따로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정부가 지난해 8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1년이 지나도록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연대에 따르면 자체 접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사망자 52명을 포함해 174건에 이른다. 반면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가 34건(사망자 10명)으로 지난해 8월의 발표와 차이가 없다고 30일 밝혔다. 1년이 지났어도 피해자 측과 정부의 인식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정부가 △제품 판매 중단 및 전량회수 명령을 내리고 △해당 업체에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하고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한 게 대책의 전부라고 비판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 업체가 제품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안전하다는 내용으로 광고를 했다며 5200만 원을 부과했지만 피해자 측은 턱없이 낮다고 주장한다.

환경부 역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안’에 가습기살균제 같은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담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와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여러 조항이 완화됐다.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 안에 미생물이 번식하거나 물때가 생기지 않도록 물에 섞어 사용하는 화학제품이다. 지난해 4, 5월 원인을 알 수 없이 폐가 손상되고 숨지는 사례가 생기자 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를 치료했던 서울아산병원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의 화학성분을 흡입할 때 기관지부터 폐까지 염증이 생기고 폐가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 확인됐다. 적어도 당시 사망자 5명은 가습기살균제로 사망했음을 보건당국이 인정한 셈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가습기#살균제#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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