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 없어도 돈받은 공직자 무조건 처벌… 김영란法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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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권익위 “부정청탁금지법 22일 입법예고”

2010년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기소된 검사 4명은 법원에서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것은 일부 인정이 됐지만 직무와 관련된 청탁의 대가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공직자들이 돈이나 선물을 받아도 같은 이유로 대부분 법망을 피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선출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을 받게 된다. 또 금품 거래 없이 부정한 청탁만 해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부정청탁금지법)을 22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김영란 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제기한 지 1년 2개월만이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명목에 상관없이 공직자가 금품 및 향응을 수수, 요구, 약속하면 금액이 100만 원을 넘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금액 5배 이하의 벌금형을, 금액이 100만 원 이하일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금품을 제공한 사람에 대한 형량도 같다. 금품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는 형법상 수뢰죄에 비해 처벌의 범위가 훨씬 넓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장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장차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부정 청탁을 하면 이해당사자나 제3자 모두 1000만∼3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청탁을 받고 위법·부당하게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금품이 오가지 않는 청탁은 처벌하기 어려운 형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해당사자가 자신의 일에 대해 직접 부탁 및 청탁하는 것은 공공기관과 국민의 의사소통 확보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고위공직자나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가족을 소속 기관에 채용하거나 공직자가 본인, 가족, 친척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차관급 이상 공직자,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이 신규 임용됐을 때에는 민간에서 했던 업무와 이해관계가 있는지 신고하고, 관련 업무에는 2년 동안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역시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직자가 직무 관련자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금지된다.

권익위는 40일간의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11월까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새 법을 만드는 것보다 형법을 개정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고, 연말 대선 등 정치 일정도 맞물려 있어 법안이 최종 통과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부정청탁금지법#국민권익위#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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