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권재현]윤동주를 기억하는 세 가지 방식

동아일보 입력 2012-08-06 03:00수정 2012-08-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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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문화부 차장
그는 식민지 조선의 청년시인이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자유로운 공기를 단 한 번도 마시지 못했다. 답답한 현실을 뛰어넘으려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불온사상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리고 결국 27세에 만리타향에서 병사했다. 시인으로서 그의 진면목은 세월이 지난 뒤 더 빛을 발했다. 그의 생은 수많은 예술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여기까지 읽고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면 아마 이상(1910∼1937) 아닐까. 이상은 만 26세 8개월의 생을 도쿄대 부속병원에서 마쳤다.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돼서다. 하지만 마지막 한 문장을 제외하고 고스란히 겹치는 또 다른 시인이 있다. 윤동주(1917∼1945)다. 윤동주는 만 27세 1개월여의 생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마쳤다. 평소 건강했지만 형무소에서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고 나서였다.

이상의 생애는 문학과 영화, 비평을 통해 여러 차례 재생산된 데 반해 윤동주는 그렇지 못했다. 파격과 수수께끼로 가득한 이상의 삶과 대비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란 윤동주의 삶이 고고하게만 느껴져서일까.

올여름 그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윤동주의 삶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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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출간된 이정명의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은 윤동주 최후의 10개월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전작 ‘뿌리 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을 통해 한국형 팩션의 바람을 일으킨 저자는 일본인 검열관 살인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극 형식을 통해 윤동주 시세계의 진가를 음미한다.

소설은 윤동주가 체포된 뒤 불태워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육필원고에 담긴 시가 살인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닮았다. 죄수들의 탈옥을 그린다는 점에선 스티븐 킹의 ‘쇼생크 탈출’도 닮았지만 그 탈옥은 육체적인 게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또 일본인 검열관들이 검열 대상인 윤동주에게 감화돼 기를 쓰고 그를 보호하는 점은 영화 ‘타인의 삶’을 연상시킨다.

소설엔 결정적 약점이 있다. 윤동주의 솔 메이트의 존재가 철저히 지워졌다. 윤동주의 동갑내기 사촌인 송몽규는 윤동주의 죽마고우로 후쿠오카 형무소까지 평생을 같이하다가 윤동주가 숨지고 23일 뒤에 친구의 뒤를 따랐다.

이달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될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는 그 송몽규와의 우정에 초점을 맞췄다. 송몽규를 윤동주의 알터 에고(또 다른 자아)로 그린 이 가무극은 묻는다.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자신의 영혼을 잉크 삼아 참회록을 쓰듯 우리말로 시를 쓴다는 것의 무게를 아는가라고.

이번엔 지난달 25일 개관한 윤동주문학관을 찾아가 보자. 서울 종로구 청운동 시인의 언덕 초입에 위치한 문학관은 3개 공간으로 나뉜다. 첫 공간은 ‘자화상’에서 시인이 얼굴을 비춰 보던 우물과 애장서, 육필원고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다. 둘째 공간은 파아란 바람이 불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이 펼쳐지고, 별이 바람에 스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뜰(열린 우물)이다. 마지막 공간은 어둠과 침묵에 휩싸인 동굴과 같은 공간(닫힌 우물)이다. 용도 폐기된 물탱크 공간을 그대로 살린 그 공간에서 ‘괴로웠던 사나이/행복한 예수 그리스도’를 꿈꿨던 청년을 만나거든 이것만 잊지 마시라. 자신의 참회록을 한 줄로 줄이는 것.

권재현 문화부 차장 confetti@donga.com
#윤동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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