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다이어트의 불편한 진실]<끝> 운동은 체중감량에 만능인가

동아일보 입력 2012-07-21 03:00수정 2012-07-2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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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의 열쇠는 기초대사령 늘리기… 운동으로 효과 보겠다면 근육 키워라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 살도 빠진다. 그런데 우리가 기대하는만큼은 아니다. 운동을 한 뒤 집에 가서 누워 지내거나 많이 먹으면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동아일보DB
비만, 그리고 다이어트. 필자는 올해 4월부터 이들과 관련한 불량지식들에 대해 다소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우선 현재 알려진 대부분의 다이어트 방법은 거의 다 실패한다고 주장하고, 그건 우리의 몸이 필요량보다 더 많이 먹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댔다. 그리고는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방과, 그보다 더 심한 ‘핍박’을 받았던 콜레스테롤의 억울함을 풀어줬다. 동아일보 지면을 빌려 진행한 ‘불량지식 개조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이번 주로 끝난다. 마지막 타깃은 ‘다이어트의 꽃’이라 불리는 운동이다.

비만 탈출을 꿈꾸는 이들이여! 운동이 살 빼는 데 만능은 아니다.

○ 30분 자전거 운동, 계란 1개 반 열량 소모

먹는 것을 줄이지 않아도 운동을 하면 살을 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남자들이 그렇다. 하지만 운동으로 인한 열량 소비는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15분간 2.4km 달리기, 30분간 8km 자전거 타기, 또는 35분간 2.8km 걷기를 해도 소모되는 에너지는 고작 150Cal에 불과하다. 이는 지방 17g, 즉 계란 1개 반 정도가 가진 열량이다. 이 정도는 목이 마르다고 마신 맥주 500cc로 단숨에 보충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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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시지 않고 운동을 한 달 동안 매일 하더라도 약 500g의 체중이 빠진다. 한 달에 2kg을 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매일 1시간씩 9.6km를 뛰어야 하고, 자전거를 탄다면 매일 2시간씩 32km를 달려야 하는 셈이다.

여기서 잠깐 먹고살기 힘들었던 옛날을 생각해보자. 인류는 먹을거리를 찾느라 온 산천을 헤매야 했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사냥감을 쫓아 매일 40km 이상을 달렸다고 한다. 운동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가 컸다면 과연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우리의 몸은 생존을 위해 적은 에너지로도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인간의 몸에선 활동대사량(운동 등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기초대사량(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이 2배 이상 크다. 바꿔 말하면 꼼짝하지 않아도 열심히 운동할 때 에너지의 70% 정도는 항상 쓰고 있다는 말이다. 잠만 잤는데도 아침이면 배가 고픈 이유다.

감히 말하건대 다이어트의 열쇠는 활동대사량이 아닌 기초대사량에 있다. 무작정 굶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초대사량이 크게 줄어든다. 단기간에는 살이 빠지겠지만, 그 후엔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다이어트 전보다 오히려 더 뚱뚱해지는 악몽을 경험하게 된다.

운동으로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일단은 무산소운동으로 근육을 키워 기초대사량을 늘리는 게 좋다. 눈에 보이는 살을 당장 없애버린다는 ‘객기’보다는 기본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미국 로욜라대의 리처드 쿠퍼 교수팀은 2009년 시카고의 흑인 여성들과 나이지리아 시골 여성들을 비교했다. 두 지역 여성들의 평균 몸무게는 각각 83.4kg과 57.6kg. 연구팀은 날씬한 나이지리아 여성들의 신체활동이 더 많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그룹 사이에는 신체활동으로 소모되는 열량 차가 크지 않았다. 시카고에 사는 여성들이 더 뚱뚱한 결정적 이유는 음식 섭취에 있었다.

[채널A 영상] 다이어트하려면 지방보다 당분 줄여라

○ 운동이 살을 찌울 수도 있다

물론 운동은 건강에 좋다. 1년에 두 번 이상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남자가 마라톤을 하지 않는 남자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위험은 30∼40%, 당뇨병의 위험은 90% 가까이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최근 BBC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신체적 활동이 충분치 않아 죽는 사람이 매년 5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살을 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해 2009년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의 티머시 처치 박사팀이 미 공공과학도서관온라인저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을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과체중 여성 464명을 네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평소처럼 생활하게 하고, 세 그룹은 트레이너의 지도하에 일주일에 각각 72분, 136분, 194분씩 운동을 하게 했다. 6개월 후 이들의 체중은 어떻게 됐을까.

예상 밖으로 집단 간 차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운동을 한 여성의 일부는 체중이 더 늘기까지 했다. 연구팀은 이를 ‘보상심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운동을 했다는 만족감 때문에 평소보다 더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미국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의 폴 윌리엄 박사는 2008년 학술지 ‘스포츠 및 운동의 의학과 과학’에 ‘운동량의 증가와 감소에 따른 몸무게의 불균형적 변화’란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조깅인구 12만 명의 건강자료를 근거로 운동을 중단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더 급격한 체중 증가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조깅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사람들 중 남성은 매주 2마일(약 3.2km), 여성은 매주 1마일(약 1.6km)을 전보다 더 뛰어야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6개월이나 1년간 헬스클럽을 다녀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치자. 그 몸무게를 유지하려면 평생 같은 강도로 운동을 해야지, 운동량을 살짝만 줄이더라도 체중은 보란 듯이 원래대로 복귀한다는 얘기다.

어린이의 경우엔 오히려 수면과 체중의 연관성이 크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팀은 어린이 250여 명을 대상으로 수면과 비만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지난해 ‘브리티시메디컬저널’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3∼5세 어린이들이 밤에 1시간을 더 자면 7세가 됐을 때 과체중이나 비만이 될 확률이 61% 정도 감소했다.

○ 글을 마무리하며


비만이 병이라면 그 병의 원인은 하나다. 많이 먹어서다. 몸에서 필요로 하는 양보다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남은 영양분이 지방의 형태로 저장된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똑같이 먹어도 뚱뚱한 사람이 있고, 마른 사람이 있다. 이는 사람마다 소화·흡수율과 기초대사량,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살을 빼려면 ‘남들보다 적게’ 또는 ‘예전보다 적게’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양보다 적게’ 먹어야 한다. 아주 조금이라도 먹는 양을 줄인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첫째, 우리 몸은 영양이 부족할 때 참기 힘들 정도의 허기를 느끼고, 배고픔을 해소하면 무한한 쾌감을 갖도록 설계돼 있다. 인간이 유전자의 명령을 거스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둘째는 환경 문제다. 주변엔 먹을 것이 넘쳐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더 드세요”라고 권유한다. TV에서도 맛집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룬다. ‘과식’으로 늘어난 위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데는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유일한 비만 탈출법인 ‘소식’이 이처럼 어려우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쉽고 빠른 다이어트’에 눈길을 준다. 그러나 뚱뚱한 사람들에게 살보다 더 큰 적(敵)은 엉터리 다이어트 지식이다. 비만과 관련된 요인은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얄팍한 지식 하나로 비만을 온전히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무모하다 못해 난센스에 가깝다. 성공 확률 0.5%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살을 덜 빼는 게 낫지 않겠는가.

최낙언 향료연구가 dbclean@hanmail.net
#다이어트#운동#체중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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