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애국가 부정’ 파문]국회의원 이석기의 ‘시대착오적 국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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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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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는 國歌 아니다… 강요하는 건 전체주의적 발상”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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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애국가 부정 발언’으로 또다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의원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등에는 국가(國歌)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국가가 없다. 애국가는 그냥 나라 사랑을 표현하는 여러 노래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통진당 새로나기특위가 당의 행사 때 애국가를 부르는 방안을 쇄신안 초안에 담은 데 대한 견해를 묻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김어준(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식 표현으로 ‘쫄지마 씨×’ 하듯 애국가 부르면 쇄신이냐 씨×. 황당한 닭짓이죠”라며 “17대 총선 때 (옛 민주노동당이) 애국가 부르지 않고 13석 돌파했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독재정권에 의한 거다. 국가인 양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민족적 정한과 역사를 담은 ‘아리랑’이 우리 국가 같은 거다. 윤도현(윤도현밴드) 식으로 바꿔 부르거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애국가 부르기를 강요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도 했다.

[채널A 영상]애국가, 2010년 국민의례 제정으로 국가로 지정돼

이 의원의 이런 인식은 여전히 그가 ‘1980년대 주사파 학생운동권 정서’에 머무르며 변화를 거부하는 시대착오적 국가관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82학번인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80년대 전두환 독재 세대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면) 내 목숨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으로 살았다”며 자신의 ‘정의로웠던 과거’를 강조했다. 그는 5일 국회 첫 출근길에서 “정의감으로 불타던 20대 운동권의 초심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과 자신의 보좌관을 ‘젊은 일꾼’이라 부르거나 ‘시쳇말’ 대신 ‘현장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 통진당 지도부인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전두환 정권 당시의 ‘국보위’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반 국민과 동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시대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 “애국가 부르면 쇄신이냐 씨×, 황당 닭짓”… 李, 궤변 반복 ▼

이 의원은 7일 서울시당 당기위원회의 제명 결정에 대해 “‘계엄하의 군사재판’도 이렇게 처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가 즐겨 쓰는 용어나 비유는 모두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비판하며 사용하던 표현에서 나온다.

정치권에선 그가 파문이 일 것을 알고도 일부러 이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춤한 종북(從北) 논란을 확산해 제명 요구의 근원인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을 묻히게 함으로써 제명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달 말 통진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색깔론의 희생자인 것처럼 만들어 당권파의 결집을 꾀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종미 등 거듭된 황당 주장

이 의원은 간담회에서 자신의 종북 의혹에 대해 ‘종미(從美)’라는 표현을 다시 끄집어냈다. 그는 “종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인데 내가 누구의 종(하인)이라는 말인가. 그렇게 하면 진짜 종은 종미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종북보다 종미가 더 위험하다”고 했던 발언과 결이 비슷하다. 이어 “6·15정신은 북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인데 이런 말 하면 ‘종북 몸통’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종북 의혹을 낳게 한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 때 한마디도 한 적이 없고 지문 하나 찍은 적 없다. 사실 여부를 떠나 민혁당 자체가 어마어마한 괴물이 아니냐”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민혁당의 핵심 조직원이었고, 판결문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반미 자주화 투쟁을 했다’고 돼 있다.

제명 요구를 받게 된 근본 원인인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관련해서는 “유물론자에게 가설은 필요 없다. 그래서 100% 완벽한 선거는 관념이다. 신이나 할 수 있다”며 “내가 사퇴하면 나를 찍은 사람도 부정의 공모자가 된다. 그래서 (제명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 논란 일자 “발언 취지 잘못 전달돼”

사태가 커지자 이 의원은 17일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애국가 제창을 쇄신의 본질인 양 인식하는 데 대한 우려를 전한 것뿐”이라면서도 “애국가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애국가가 국가가 아니라면 태극기도 우리의 국기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종북 주사파 세력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애국가는 이념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 의원에게 상식의 정치를 주문한다”고 밝혔다.

통진당 내에선 “아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지하운동권 세력을 비례대표로 내세운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탄식이 나왔다. 혁신파인 심상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이) 딴 세상에 사는 것 같다”며 “애국가 부정은 국민이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이석기#통합진보당#종북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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