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배우 스칼릿 조핸슨-오바마 여사도 내 드레스 입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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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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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클라인 여성복 디자이너 프란시스쿠 코스타

캘빈클라인 컬렉션 여성복 디자이너인 프란시스쿠 코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는 지난달 24일 서울역에서 열린 ‘캘빈클라인 멀티브랜드 이벤트’를 위해 케이트 보스워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내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캘빈클라인 컬렉션 여성복 디자이너인 프란시스쿠 코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는 지난달 24일 서울역에서 열린 ‘캘빈클라인 멀티브랜드 이벤트’를 위해 케이트 보스워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내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미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을 관통하는 유전자(DNA)는 ‘미니멀리즘’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설립한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 본인은 사업 초기, 전 직원에게 사무실 내에서 검은색과 흰색의 사무용품만 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는 것도 그의 전기를 통해 전해졌다. 블랙&화이트가 상징하는 모던함을 DNA와 연결하려는 그의 고집이 느껴지는 일화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 만난 프란시스쿠 코스타(48)에게도 이런 DNA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부진 몸매와 눈매가 인상적인 그는 2004년부터 캘빈클라인 컬렉션 여성복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는 24일 캘빈클라인이 뉴욕의 ‘뉴 뮤지엄’과 함께 작업한 대규모 디지털 아트쇼를 선보이기 위해 톰 머리 캘빈클라인 회장 및 다른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과 함께 내한했다. 두 번째 방한이라고 소개한 그는 “한국에선 늘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말문을 열었다.

캘빈클라인 최초의 대형 디지털 아트 이벤트를 서울에서 열게 됐다는 점이 의미 있어 보이는데요.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캔버스’인 서울스퀘어 외곽 발광다이오드 LED 화면으로 다양한 영상을 선보여요. 정보기술(IT) 발달 정도와 패션 시장으로서의 매력도 측면에서 서울을 가장 적합한 도시로 선정하게 된 것이죠.”

캘빈클라인이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스퀘어 전면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통해 선보인 디지털 아트. 캘빈클라인 제공
캘빈클라인이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스퀘어 전면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통해 선보인 디지털 아트. 캘빈클라인 제공
24일 ‘키스’ 등의 제목이 붙은 디지털 아트가 서울스퀘어의 대형 LED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오후 8시부터 열린 이 이벤트는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서울의 전경과 어우러져 노을처럼 빨갛고 노란 강렬한 빛으로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역 꼭대기 주차장에 설치된 가건물 안에서는 남성복 여성복 속옷 선글라스 등 다양한 캘빈클라인 ‘신상’들로 중무장한 모델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 가운데 눈부신 흰색 면팬티만 달랑 입은 근육질의 남성 모델이 특히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관능성’은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또 다른 DNA다.

캘빈클라인의 다른 컬렉션 중에서도 특히 당신이 맡은 여성복 분야에 관심이 많이 쏠릴 듯한데요. 이 브랜드의 사령탑을 맡고 난 뒤 당신이 이룬 성과를 꼽자면….

“여성복 컬렉션은 전체 라인 중에서 가장 럭셔리한 영역이죠. 제가 이 브랜드를 맡고 난 뒤 특히 셀러브리티를 통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스칼릿 조핸슨, 힐러리 스왱크 등을 필두로 여러 스타와 함께 작업하고 있죠. 청바지, ‘편한 옷’ 으로 알려진 ‘캘빈클라인’이 좀 더 에지 있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는 데 이런 노력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공식 행사에서 종종 당신의 옷을 입어 화제가 됐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상 평화상을 수상할 때인 2009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오바마 여사가 제 드레스를 입었어요. 처음에는 오바마 여사의 스타일 에이전시를 통해 연락이 와서 몇 가지 디자인을 보냈는데 운 좋게 채택됐어요. 이후 행사에는 기성복을 직접 구입해서 입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는 브라질 출신이다. 정렬적인 삼바, 카니발로 유명한 ‘알록달록’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21세에 미국 뉴욕 유학길에 올랐고, ‘오스카 드 라 렌타’ ‘구치’ 등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당시 영어 한마디 하지 못했던 그가 마침내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셈이다.

브라질과 미니멀리즘의 대명사로 통하는 ‘캘빈 클라인’이 잘 안 어울리는 듯도 싶은데….

“카니발은 브라질의 한 단면일 뿐이고 제가 자란 미나스게라스란 지역은 대자연으로 둘러싸인 소박한 곳이었어요. 이곳의 심플한 라이프스타일이 캘빈클라인과 닮았죠.”

브랜드 창립자인 캘빈 클라인이 당신에게 여전히 조언을 하나요. 그가 당신을 직접 발탁했다고 들었는데….

“오, 전혀 관여하지 않아요. 그가 브랜드를 정의하면서 제게 ‘캘빈 클라인은 종종 미니멀하다’고 표현했는데, 그런 점이 미니멀리즘 속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부로 느껴졌어요. 참 천재적인 표현이죠.”

미국에 와서 영어를 배운 뒤 유명 패션 스쿨, FIT를 다녔다고 들었어요. 현재 FIT에 많은 한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인데 이들에게 주고 싶은 교훈은….

“저와 함께 일하는 인턴 중에서도 한국인이 있어요. 한국인들은 에너지 넘치고, 목표 의식이 뚜렷해서 좋아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고,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그는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한국인 소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보고 소름이 끼쳤다”고 표현했다. ‘케이팝 스타’에 출연한 박지민 양을 가리키는 듯했다. 그는 지민 양의 이름을 영어로 어떻게 쓰는지 묻기까지 했다. ‘한류’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다”며 한국 스타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물었다. ‘매사에 호기심을 가질 것’이란 조언은 베테랑 디자이너, 코스타 스스로도 여전히 몸소 실천하는 덕목이자 삶의 목표인 듯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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