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여기는 칸]韓영화 아쉬운 수상 불발…‘아무르’ 황금종려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5월 2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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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의 하늘에서 한국영화의 승전보는 아쉽게 울리지 않았다. 개성 강한 이야기와 연기로 칸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한국영화와 영화인들은 후일을 기약하며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경쟁부문에 두 편의 한국영화가 진출해 어느 해보다 수상 여부에 관심을 모았던 제65회 칸 국제영화제가 올해는 한국영화와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는 황금종려상 등 수상 명단에서 빠졌다.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감독주간에 초청된 ‘돼지의 왕’의 연상호 감독 역시 후보에 오른 황금카메라상을 차지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한국시간으로 28일 새벽2시30분(이하 동일기준) 짙은 먹구름 아래로 비까지 흩뿌리는 궂은 날씨 속에 주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진행됐다.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와 심사위원장인 난니 모레티 감독을 비롯해 이완 맥그리거, 장 폴 고티에 등 심사위원들의 레드카펫으로 시작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은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가 차지했다.

당초 수상 가능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돈의 맛’은 아쉽게 수상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임상수 감독은 2010년 ‘하녀’로 처음 칸 경쟁부문에 오른 뒤 2년 만에 다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세계 각국에서 모인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22편이 겨룬 경쟁에서는 고베를 마셨다.

프랑스 유명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한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도 수상에 실패했다. 이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와 여덟 번째 인연을 맺은 홍상수 감독과 프랑스가 인정한 여배우의 만남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받지 못했다.

칸으로 오기 전 ‘돈의 맛’의 여주인공 윤여정이 “수상은 운”이라고 했던 말처럼 한국영화들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영화는 경쟁하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지만 트로피를 손에 넣지 못한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경쟁부문에 초청받으며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로부터 “올해 경쟁부문 상영작 가운데 최고의 미쟝센”이라는 찬사까지 받은 ‘돈의 맛’의 임상수 감독 입장은 더하다.

임상수 감독은 폐막식 직전 기자들과 만나 수상에 실패한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상을 받지 않았다고 조용하게 있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임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이 갖고 있는 한국적 특수성에 대해 해외 영화 관계자들이 이해하는 부분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가 미국과 유럽 영화를 볼 때 비교적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과는 반대”라고 ‘돈의 맛’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느낌을 설명했다.

“나의 비극은 서양은 알 수 없는 동양의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했다.

임 감독은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자신의 연출 주관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임상수다웠다.

전날 열린 ‘돈의 맛’ 공식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백인을 공격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던 말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좀 부드럽게 말했어야 하는데”라면서도 “아직은 미숙할지 몰라도 그게 진실이니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돈의 맛’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김강우·김효진과 나눈 짧은 순간도 밝혔다.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음을 정리한 뒤 달디 단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호텔로 들어오다 로비에서 세 배우를 만났다”는 임 감독은 “셋 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자세한 표정은 읽지 못했지만 서로 진하게 포옹을 나눴다”고 했다.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고 있는 임상수 감독이지만 영화 흥행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은 눈치. “1000만 관객을 원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내가 보여주고 싶은 정도만 봐 주면 좋겠다”고 솔직한 속내도 꺼냈다.

17일 개막해 28일 막을 내린 칸 국제영화제는 12일간의 치열하고 뜨거운 열기를 뒤로 하고 내년을 기약했다.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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