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잠실구장, 두산 이혜천(33)이 갑자기 모자를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는 ‘해’가 그려져 있었다. 딱 보기에도 한 획, 한 획 정성스럽게 그린 티가 나는 그림이었다. 해가 상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아들 태양(3) 군. 그는 “일본(야쿠르트)에 있을 때부터 쭉 그려왔다”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는 남달랐다.
후반기에는 왼손등뼈가 부러져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많은 기대를 받은 만큼 비난도 거셌다. 하지만 1년간의 혹독한 시련 탓에 절치부심할 수 있었다. 올해 “목숨을 걸겠다”고 선언했고, 시범경기에서 5경기에 나가 7.2이닝 1실점, 방어율 1.17로 부활 가능성을 알렸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서다.
그는 “세 살배기가 야구경기를 틀어주면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야구만 본다”며 “내가 야구선수인 것도 안다. 경기에 나오면 TV 화면을 가리키며 ‘아빠’를 외치고, 아침마다 글러브를 들고 와 캐치볼을 하자고 조른다”고 귀띔했다. 이혜천이 2012시즌 잘 해야 하고, 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