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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메디시티 대구]“하루를 살더라도…” 내 머리칼의 욕망, 확실히 해결한다

입력 2012-03-27 03:00업데이트 2012-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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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한국 모발이식 기술
“실제보다 더 많은 머리카락으로 보이게…” 맞춤형 이식 종합설계까지 가능
김정철 센터장이 모낭을 끼운 식모기로 이식수술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laputa@donga.com
《“하루를 살더라도 잃어버린 내 머리카락을 다시 만져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죠.” 서울에서 사업 하는 63세 남성은 모발이식을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머리카락의 있고 없음은 살고 죽는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질’이라는 말이다. 겉으로 보면 모발이식은 아주 간단한 수술 같다.뒤쪽이나 귀 옆 머리카락을 떼어 낸 뒤 대머리 부위에 심으면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도의 기술과 정교한 팀워크가 맞물려야 가능한 의료시술이다. 모발이식을 했다는 사실을 본인도 느끼지 못할 정도여야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 심었구나”라고 주위에서 알아차린다면 이식 수술은 실패다.》

○ 모발이식은 자연스러움의 회복

모발이식의 목적은 환자가 실제보다 더 많은 머리카락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의사의 기술과 미적(美的)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마다 대머리의 정도가 다르고 옮겨 심을 수 있는 머리카락의 양과 질도 달라 ‘맞춤형’ 이식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몇 년 뒤 대머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판단하면서 견적을 내고 종합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도 이마선이 지난해 사진에 비해 올라갔다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면서 ‘갈 때까지 가는’ 상황을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머리와 대결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한국 사람의 머리카락은 평균 8만 가닥 정도. 정수리까지 훤하게 되는 탈모의 마지막 단계에는 머리카락의 75%가 사라진다. 끝까지 남는 25%를 최대한 활용해 옮겨 심는 것이다. 이식 가능한 모발을 1만 가닥으로 보면, 개인차가 있지만 1차 수술에 3000∼4000가닥을 옮기고 2차 수술에 3000가닥을 옮긴다.

3차 시술에는 상황에 따라 2000가닥 정도를 심는다. 나머지 2000가닥 정도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비상용’으로 남겨둬야 한다. 모근 복제 연구가 필요한 이유도 이런 사정에서다.

환자 입장에선 한 번에 최대한 심어 대머리를 면하고 싶은 조급증이 생길 수 있지만 앞으로 서서히 진행될 탈모를 고려하면 뒤쪽과 귀 옆 머리카락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20, 30대는 “40세 이후는 상관 없으니 지금 당장 머리를 살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탈모가 진행되면 시간문제일 뿐 막을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는 차분함도 ‘만족스러운’ 모발이식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귀 옆(위)과 뒷머리 부분에서 폭 1.5cm, 길이 14cm 크기로 잘라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위를 선택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나중에 대머리가 진행될 부분을 미리 떼어내면 훗날 머리 대신 흉터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차까지 떼어 낼 수 있는 점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정상적인 머리카락은 1cm² 당 120∼140가닥인데 이 중 절반 정도는 빠져도 겉으로는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 머리카락 생존 좌우하는 모낭을 사수하라

이식한 모발이 전부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힘들게 옮겨 심었는데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면 아니함만 못할 수 있다. 이식한 모발의 생존율은 의사의 수준, 모낭이 다치지 않는 정밀한 분리, 이식 방법 등에 따라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가 높은 편인데,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의 경우 100개를 이식하면 92가닥(92%)이 정상적으로 자라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은 모발이식 전문의 제도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사 면허만 있으면 누구든지 모발이식을 할 수 있다. 의사의 수준과 환자 만족도가 문제다.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보호하고 키우는 모낭(털주머니, 털집)이 분리 과정에서 다치면 심어도 정상적으로 자라기 어렵다. 모낭 분리가 굉장히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모낭 분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모발 이식의 성공을 좌우한다. 모낭 분리사의 숙련도가 떨어지면 모낭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데다 분리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모낭분리사는 분리한 모낭을 식염수에 담가뒀다가 식모기의 바늘 끝에 얹어 끼운다. 이때도 바늘에 정확하게 끼우지 못하면 모낭이 휘어져 죽는 경우가 많다.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는 그동안 150명가량의 모낭분리사를 양성했다. 모낭분리사가 식모기로 이식하는 것은 불법의료행위다.

모낭을 빠르고 정확하게 심기 위한 식모기도 중요하다. 김정철 교수가 개발한 ‘KNU(경북대의 영문 첫 글자) 식모기’(길이 10cm)는 주삿바늘의 크기에 따라 단일모를 심는 S형, 머리카락이 2개 들어 있는 모낭을 위한 M형, 3가닥 들어 있는 모낭을 위한 L형 등 세 가지가 있다. 1시간에 1000가닥 이상을 심는 세계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식모기다. 지난해 이 식모기로 이식한 사람은 5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은 미국인 19명 등 59명이었다. 올해는 외국인 100여 명이 이식할 예정이다.

한국 사람은 한 개의 모낭에서 머리카락이 한 가닥씩 자라는 것이 46%, 두세 개씩 자라는 것이 54%이다. 서양인은 대부분 2, 3가닥씩 자라는 모낭으로 구성돼 있으며 1개씩 자라는 것은 5% 정도이다.

김 교수가 개발한 모낭 이식술은 가장 자연스러운 이식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모낭의 길이는 평균 5mm 정도. 완벽한 모낭 분리, 정확한 식모, 장래 진행상황을 파악하며 이식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의사의 판단 등 3박자가 잘 맞아야 모발이식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 모발이식은 고도의 디자인

모발이식 전 상태(왼쪽)와 모낭군 이식술 후(오른쪽) 모습.
헤어라인 디자인은 모발이식의 꽃이다. 미용 측면과 머리 형태를 정확하게 고려하는 헤어라인 디자인에서 승패가 갈린다. 이마의 헤어라인은 얼굴의 윤곽을 결정해 환자들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모발이식 후 표시가 나지 않아야 하는 데다 미적으로 보기 좋아야 한다.

환자의 나이와 얼굴 형태, 머리카락 색깔, 밀도, 환자의 요구와 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장 예술적이고 기술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헤어라인이 심한 곡선이 되거나 굴곡이 전혀 없는 직선이 되면 부자연스럽고 가공된 듯한 인상을 풍긴다. 좋은 헤어라인은 ‘꾸불꾸불하게’ 심는 것이다. 머리카락은 부위에 따라 자라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머리 모양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모낭을 가능한 한 이미 빠진 모발과 같은 방향과 각도로 심어줘야 한다.

심은 머리카락은 수술 후 일주일 동안 빨리 자라지만 2주 후부터는 모낭 휴지기(休止期)가 시작되면서 빠지기 시작한다. 한 달 지나면 이식하기 전 상태와 비슷해진다. 다시 3, 4개월 지나면 한 달에 1cm 자란다. 초기에는 머리카락이 가늘게 올라오다가 점점 굵어지면서 평생을 이어간다. 모발이식 후 1년 정도 지나면 자신도, 주변에서도 대머리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경북대병원은 대학병원으로는 처음으로 1996년 모발이식센터를 설치 운영하다 수술을 하려면 몇 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 때문에 지난해 1월 대구 도심 대구시티센터 노보텔 6층에 1485m²(약 450평)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수술실 4개와 연구실험실 휴게실 등을 갖췄다. 경북대병원과 대구시 보건복지부가 35억 원을 들여 아시아 최대 규모로 마련했다. 모발이식 분야로는 처음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투자해 전용 시설을 갖춘 이유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의사 4명과 모낭분리사 등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금 예약해도 올해 말쯤 돼야 진료 상담이 가능하고 수술까지는 다시 한참 기다려야 한다.

이 센터에서 수년 동안 전문수련과정을 마치고 개원한 공식협력병원(표 참조)에서 “이제 수도권에서도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이식술을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이유도 15년 동안 뿌리내리고 있는 이 센터의 종합적 실력에서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더 큰 대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 센터를 지칭하며 “우리 털 박사와 센터야말로 대구의 빛나는 별”이라면서 “업고 다니며 사방팔방 자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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