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前 美대통령 “한국, 亞산업 헤게모니 잡고싶나? 세계와 협력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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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前 美대통령 e메일 인터뷰
찬탄할 능력 갖춘 韓 젊은층 中企취업-창업 유인 위해 정부서 세금 등 인센티브 줘야

사진 출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사진 출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한국이여,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 나라와 ‘함께’하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66·사진)은 15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e메일 인터뷰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경쟁하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산업 헤게모니를 잡으려면 세계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3∼2001년 제42대 미국 대통령으로 미국 경제의 호황기를 이뤄내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해법을 담은 ‘빌 클린턴의 다시 일터로’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세계적 금융위기의 진원지이자 만성적인 실업사태에 허덕이며 ‘아메리칸 드림’의 명성을 잃어가는 미국이 다시 세계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46가지 경제 해법을 제시했다.

최근 한국에서 이 책이 번역 출간(도서출판 물푸레)된 것을 계기로 미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 경제의 미래, 세계화 시대에 경기 침체를 극복할 방안 등을 그에게 물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7년 만이다. 그는 기자가 건넨 9가지 질문에 A4용지 8장 분량으로 꼼꼼한 답변을 보내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국의 의류 제조·수출기업인 세아상역을 거론하며 “이 회사는 아이티에 의류공장을 지어 카리브 해의 최빈국들에서 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적은 비용으로 미 대륙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책에서 강조했는데, 대통령 재임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중국의 산업 주도권이 막강해졌다.

“나는 미국의 산업 헤게모니를 바라는 게 아니라 탄탄한 경제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이 꿈을 이루고 이민자들을 모으며 세계를 공동의 번영으로 이끌어 내길 원한다. 따라서 중국이 공정하게 거래하고 책임감 있게 투자하는 강력하고 견실한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 한국의 성장과 일본의 완전한 회복도 바라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클린턴재단 활동을 하던 중 해외의 한 언론사 기자와 이야기
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은퇴 후에도 아이티를 비롯해 세계 각국을 오가며 지진 피해 복구,
질병 퇴치 등의 사업을 해오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클린턴재단 활동을 하던 중 해외의 한 언론사 기자와 이야기 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은퇴 후에도 아이티를 비롯해 세계 각국을 오가며 지진 피해 복구, 질병 퇴치 등의 사업을 해오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한국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에 대해 정말 찬탄하는 것은 한국이 그동안 투자해온 젊은이와 근로자들의 교육수준 및 능력이다. 특히 수학과 과학, 기술에서 그렇다. 이는 21세기 번영을 이룩하고 지속하는 데 꼭 필요하다. 한국은 평생교육에 몰두하는데, 이는 경제가 계속 발전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뒤처지지 않고 경제성장을 공동의 번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한국에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은 눈이 높아 대기업만 찾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두드러진다.

“정부가 세금 등의 인센티브를 줘서 취업을 장려하거나 개인사업을 시작하도록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의 생산성이 급속히 증가할수록 중소기업에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며 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직자들에게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2008년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차원의 해법이 있을까.

“미국보다 실업률이 낮고 불평등이 덜한 (싱가포르, 독일 등) 성공적인 국가들에는 강한 정부와 강한 기업 부문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세금과 정부 규제를 단순화해 이를 공정하고 균등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취업을 늘리고 불평등과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선 각국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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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임 시절에 비해 세계화가 심화됐는데 세계화 시대에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성장기에는 정부가 흑자를 보더라도 균형예산을 운영함으로써 침체기가 왔을 때 정부의 투자가 민간영역의 쇠퇴를 상쇄하도록 해야 한다. 또 경기 침체기에도 미래를 위해 교육, 인프라, 기술 등에 특정 수준의 투자는 필수적이다.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의 협력을 불러일으키는 혁신에 대해선 적절히 보상해줘야 한다.”

―지난해 미국 뉴욕의 월가 점령 시위에서 보듯 젊은이들은 불공정한 사회에 분노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불만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미국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경제를 재건하고 교육과 취업훈련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조세 체계, 교육 및 훈련을 위한 원조 그리고 소득 향상과 불평등 감소를 보장할 만한 프로그램들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한국만의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클린턴재단과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 재단을 설립해 개발도상국의 에이즈와 빈곤 퇴치, 미국의 소아비만 퇴치, 기후변화 방지 등의 사업을 해왔다. 유엔 아이티 특별대사로 아이티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서도 힘썼다. 은퇴 후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 기업, 각국 정부, 비정부기구(NGO)와 세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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