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숨죽인 2년… 난 장타머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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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7시 00분


김도훈이 성남 분당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중과 비거리를 함께 늘렸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김도훈이 성남 분당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중과 비거리를 함께 늘렸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슬럼프는 끝났다
골프인생 재기 꿈꾸는 김도훈


2006도하아시안게임 골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프로 무대에 뛰어든 김도훈(23·회원번호 753). 2010년 한국프로골프투어(KGT)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거두면서 성공시대를 여는 듯 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찾아온 슬럼프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재기를 꿈꾸는 김도훈을 경기도 성남의 한 헬스클럽에서 만났다.

고교시절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 금맛
2010년 프로 첫 우승 이후 부진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요?
14세 때 잡은 골프채, 경험부족이 원인
올핸 체중 늘어 힘 붙고 비거리 늘어 자신
멘토 양용은 선배는 슬럼프 극복의 큰 힘

○웨이트로 체중 늘리고 비거리도 업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바벨과 씨름하고 있는 김도훈의 얼굴에서 진지함이 느껴졌다. 한 눈에 봐도 살이 많이 붙었다. 특히 허벅지는 예술(?)이었다.

“작년 시즌 초보다 5∼6kg 정도 체중이 는 것 같다. 운동하면서 잘 먹으니까 살이 쪘다. 얼마 전에 측정했는데 허벅지 둘레가 58cm 정도였다. 조금 더 훈련하면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골프선수들 사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코스의 전장이 길어지면서 거리가 짧은 선수는 살아남기 어렵게 되자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체중이 늘고 근육이 붙으면서 김도훈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1월 중순 원아시아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출전했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세게 친 것도 아닌데 드라이버 샷이 300야드 가까이 날아갔다. 힘이 붙긴 붙은 것 같다”며 은근히 힘자랑을 했다.

남자 골프무대에서 거리는 필수조건이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투어로 눈을 돌리기 위해선 적어도 290야드 이상 때릴 수 있어야 한다. 미 PGA 투어에서 뛰는 최경주와 양용은도 항상 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동계훈련중인 프로골퍼 김도훈이 26일 오전 경기동 분당에 한 휘트니스 클럽에서 근력 강화운동을 하고 있다. 분당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동계훈련중인 프로골퍼 김도훈이 26일 오전 경기동 분당에 한 휘트니스 클럽에서 근력 강화운동을 하고 있다. 분당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강심장

김도훈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모님은 기장에서 큰 음식점을 운영한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에게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김도훈의 생각은 다르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정신력이 떨어지거나 근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생각엔 누구보다 강심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우승 이후 부진에 빠진 건 정신력의 문제가 아닌 경험 부족을 첫 손에 꼽았다.

김도훈은 골프를 늦게 시작했다.

14세이던 2002년에야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중고교 때 함께 골프를 했던 동료 선수들이 대부분 초등학교 2,3학년 때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4∼5년 정도 늦었다.

그럼에도 엘리트 코스는 다 밟았다. 고교 시절 국가대표를 지냈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까지 땄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만큼 소질을 갖고 있었다.

“아직도 골프가 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조금씩 배워가고 있으니 점점 나아질 것이다. 골프를 20대에만 하는 게 아니니까.”

○골프장 가는 게 두려웠다

김도훈에겐 든든한 후원자가 많다. 그 중에서도 양용은은 가장 신뢰하는 멘토다.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데도 양용은의 역할이 컸다.

“2010년 우승 뒤 골프가 잘 안 됐다. 그때는 골프장에 가는 게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공을 쳐도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니 불안했다.”

정신적인 입스(yips)였다. 한동안 힘들었다.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그럴 찰나에 양용은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 작년 겨울이다. 그는 미국 팜스프링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선배 양용은이 불렀다. 그 곳에서 약 2주 정도 머물면서 함께 훈련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갖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대선배와 함께 연습하고 훈련하다보면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게 많다. 특히 양용은 프로님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시즌 개막까지는 아직도 2개월 이상 남았다. 그러나 김도훈은 당장이라도 시즌이 개막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성남|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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