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이희호-현정은 육로 방북… 정부 “영결식은 참석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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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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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조문단 어떻게 가나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유족이 육로로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와 김 전 대통령 측은 조문단 구성과 방북 시기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를 두고 ‘외국 조문단은 받지 않겠다’던 북한이 남측 조문단은 받겠다며 남남(南南)갈등을 유도하는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 Rule)’ 전략에 말려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김 전 대통령 측과 정 전 회장 유족 모두 육로 방북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이날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북측에 전달했고 북한은 오후 3시 30분 ‘육로 방북에 동의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정과 조문단 구성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북측에 초청장을 요청하는 판문점 접촉을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북을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법상 북측의 초청장과 남측 당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조문단 구성과 날짜를 둘러싼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개성공단 경유 등 육로를 이용해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것으로 (정부와)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김 전 대통령 유족의 조문단에 정치인은 배제하기로 한 데 대해 “통일부 관계자와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이 협의했는데, 특별히 그런(방북 불허) 입장은 아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과 큰며느리 윤혜라 씨, 박 의원,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정치인 불허’ 방침을 확정한 다음 날인 21일 김 전 대통령 측에서 방북 희망자 명단을 전해왔다”며 “필수 수행요원이 아닌 정치인은 배제된다”고 기존 원칙을 명확히 했다.

방북 날짜를 둘러싼 대립도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영결식이 열리는 28일은 피해달라고 양측에 권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 측에서는 “방북의 목적이 조문인데, 정작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현대 측은 상대적으로 조문단 구성이 단출해 정 전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현 회장과 이 여사 측이 함께 같은 시기에 방북하도록 조율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조문단과 동행하는 실무진의 격을 국장급으로 상향하고 인원도 3명 선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편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그동안 통신상태 점검 외에 접촉이 뜸하던 판문점 채널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는 남북 조문 방북 협의 외에도 노무현재단 측이 맡긴 조의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통상 접촉은 팩스나 전화로 이뤄지지만 남측 연락관은 이날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북측 연락관을 만나 조의문이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답변에서 총 25개 단체가 조의문 전달 신청을 해왔으며 이 중 13개 단체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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