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北, 접경지 방해전파 쏴… 사람-물자-통신 ‘3不通’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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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둥-훈춘-싼허 르포휴대전화 통화 끊어 내부단속… 길목마다 中 무장군인들 검문

사람, 물자 교류 중단에 이어 국경을 넘는 통신도 끊겼다.

한겨울 강추위로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북-중 접경지대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 사흘째가 되면서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나타날 사회적 혼란을 막고 내부단속 강화를 통한 후계 체제의 안정을 위해 국경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람 물자 통신 3불통(不通)

21일 오전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에서 변경지대인 룽징(龍井) 시 싼허(三合) 진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러 차례 무장 군인과 변방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자동차 트렁크 안 가방 속까지 뒤져 고배율 렌즈를 찾아내고는 “이걸 들고 싼허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를 압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경찰은 “어제도 변방에서 북한을 찍은 사람의 카메라를 압수했다”며 겁을 줬다. 이뿐만 아니라 검문 장소에서 3, 4km 떨어진 싼허 전망대까지 따라와 일일이 감시했다. 싼허 전망대는 평소 같으면 ‘변경 관광객’들이 북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곳이다.

지린 성 훈춘(琿春) 시 팡촨(防川)으로 가는 도로에도 무장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차량을 검문검색했다. 언제부터 관광객도 검문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도 하지 않았다. 팡촨은 중국 북한 러시아 3국 접경지역으로 대표적인 관광지다.

이날 오후 훈춘 시의 대(對)북한 교역 관문인 취안허커우안(圈河口岸). 양국을 잇는 취안허 대교 위로는 석탄을 실은 붉은색 대형트럭과 중형 냉동트럭, 승합차 등이 간간이 오갈 뿐 한산했다.

취안허 대교의 통행이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 내 시장은 폐쇄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말했다. 북한에서 낙지를 가져다 훈춘에서 파는 중국 교포(조선족)는 “북한 시장이 문을 닫아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두만강변인 지린 성 투먼(圖們)의 한 경찰 관계자는 “김정일 사망 발표가 나온 후 중국에서 북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국경을 폐쇄했다”며 이는 훈춘 단둥(丹東) 등 주요 북-중 접경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양국 접경지역의 통신도 대폭 규제해 휴대전화가 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압록강변 신의주 접경인 랴오닝(遼寧) 성 단둥 시 주민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단둥과 신의주 사이의 휴대전화 통화가 완전히 끊겼다.
▼ 단둥 탈북자 사회 ‘장례 후폭풍’ 공포 ▼
“北 애도기간 끝나면 대대적 단속 나설것”


단둥의 대북 무역상들은 중국산 휴대전화를 신의주 등 접경지역 북한 파트너에게 보낸 뒤 중국의 통신망을 이용해 통화해왔다. 북한의 방해 전파 때문에 신의주와 가까운 압록강변에서는 단둥 주민들 사이의 휴대전화도 불통되거나 통화 중 끊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장례 후폭풍’ 조짐에 떠는 탈북자들

북-중 접경지역의 탈북자 사회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완전히 얼어붙었다. 북한과 중국 당국의 눈을 피해 탈북자들을 돕던 종교단체 관계자들과 활동가들은 이곳에 있는 한인사회와도 연락을 자제한 채 지하로 숨어들었다고 한다. 또 이들이 관리하는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외부 노출을 삼가게 하고 있다. 일부 탈북자들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등에 잠시 몸을 맡긴 채 일을 하곤 했지만 이마저도 꺼리고 있다.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언론도 당분간 우리한테 접근하지 말아 달라. 그게 우리를 돕는 길”이라며 하소연했다.

이들이 잠적한 이유는 ‘장례 후폭풍’에 대한 공포 때문. 한인사회에서는 애도 기간이 끝나면 북한이 기강 확립과 체제 단속을 위해 탈북자들에 대한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교포는 “북한이 그동안 꾸준히 국경 경비를 강화해왔고 최근에는 특수부대들이 탈북자 색출 등을 위해 잠입했다는 말도 나오는 만큼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북자에 대한 테러로 일벌백계의 내부 단속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인사회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변경이나 북한 내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탈북자나 이들을 돕는 사람들을 잡아들이곤 했다”고 전했다.

훈춘·싼허=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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