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北 “김정일 사금고 축날라”… 개성공단 잔업수당까지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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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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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보장 왜?

“자본주의자보다 더한 돈 욕심 아니겠는가.”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20일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북측 근로자들의 조문 허용을 요구하면서 “조문 기간에 빠진 근무시간은 추후 채워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놓고 입주 기업 대표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북측 총국은 “근로자들이 조문 때문에 자리를 비운 시간만큼 근무시간을 보장하겠다. 연장 및 야간근무도 기업 사정이 급하면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북측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급여가 노동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私)금고였던 ‘39호실’로 직접 흘러들어 가는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특별한 관심’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7월 북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우리나라로 치면 지방선거) 당시 총국은 근로자들이 조업을 마친 뒤 선거에 참여토록 하고 잔업은 선거일 이후 채워주겠다는 뜻을 입주 기업들에 밝혀왔다. 총국이 개성공단관리위에 20일 통보한 내용과 비슷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특히 북측은 지난해 3월 천안함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가 심각하게 경색됐을 때에도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근로자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줬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는 지난해 말 4만6284명에서 올 10월 말 현재 4만8206명으로 4.2% 늘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올 10월까지 총 3억3513만 달러어치를 생산해 이미 지난해 연간 생산규모(3억2332만 달러)를 넘어섰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입주 기업들 중에는 북한 근로자 증원에 힘입어 매출액이 작년보다 15% 이상 늘어난 곳도 적지 않다.

달러로 북한 당국에 지급되는 북측 근로자의 급여 가운데 정작 근로자들이 손에 쥐는 것은 극히 일부다. 국가정보원조차 4만8000여 명에 이르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급여가 어떻게 전용(轉用)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본급의 90%와 야근·특근수당의 70% 이상을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측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63달러와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해 한 달에 100달러가량을 준다고 볼 때 근로자들이 실제로 받는 것은 8달러 정도에 그친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 중 절반은 물자 배급권과 현물로 주고, 나머지는 북한 화폐로 지급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조직도상으로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지휘를 받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당의 직접 통제 아래 놓여있고 특히 개성공단 급여가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로 흘러들어 가는 점에 주목한다. 개성공단 급여가 김정일의 비자금으로 쓰이는 만큼 일선 사업 부서인 총국이 수익목표를 채워야 하는 압박이 다른 어떤 기관보다 크다는 것이다. 심지어 입주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화재보험료조차 39호실 산하 기관인 조선민족보험회사가 관리한다.

김정일 사후 장례식을 비롯해 유훈 통치를 위한 각종 행사 비용을 대려면 개성공단 급여를 한 푼이라도 더 챙겨야 하는 상황도 간과할 수 없다. 조봉현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아무리 국가 애도 기간이라도 조문행사 등으로 달러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총국 관계자들이 노동당으로부터 문책을 받게 되는 구조”라며 “이들로선 북측 근로자들의 작업시간을 꼼꼼하게 챙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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