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경 희생뒤에도 中어선 ‘깡패조업’ 여전

동아일보 입력 2011-12-17 03:00수정 2011-12-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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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전남 신안군 홍도 서북쪽 63km 해상에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단속반원들이 고속정을 타고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 단속에 나서자 인근에 있던 다른 중국 어선 이 떼로 몰려들어 집단 저항하고 있다. 정부는 당시 상황이 찍힌 2분 10초짜리 동영상을 보여주며 중국 정부에 항의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여기는 700부선호! 700부선호! 현재 소흑산도 북쪽 약 30km 해상에서 중국어선 수백 척이 떼 지어 조업하고 있으니 빨리 와서 단속 바랍니다.”

해경 특공대원 이청호 경사가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흉기에 찔려 순직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13일 오전 3시 25분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수협중앙회 군산어업통신국에 다급한 무전이 들어왔다. 군산항이 모항인 어선 ‘700부선호’ 황대현 선장(54)이 보낸 것이다. 당시 같은 수역에 있던 20여 척의 우리 어선은 수백 척의 중국 어선에 밀려 제대로 조업을 하지도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 경사가 순직한 후에도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선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 끊임없이 몰려오는 중국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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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동아일보가 수협중앙회 어업정보통신본부를 통해 입수한 ‘외국어선나포상황일일보고서’ 및 ‘통신국 무선전보지’에 따르면 이 경사가 순직한 12일 하루에만 9척의 중국어선이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에 나포됐다. 다음 날인 13일과 14일에는 2척씩 총 13척이 나포됐다. 동해어업관리단에서도 14일 4척을 나포했다. 해경은 12일 제주 서귀포에서 2척을, 13일 제주에서 2척을 나포했다. 3일간 총 21척이 나포된 것이다.

나포된 선박들이 저지른 불법 행위는 다양했다. 2척은 그물코 크기 위반으로 적발돼 나포됐다. 최소 5cm는 돼야 할 그물코가 3cm에 불과했다. 새끼 물고기까지 잡아들여 ‘물고기 씨를 마르게’ 하는 불법 행위다. 5척은 이 경사가 단속했던 66t급 중국어선인 루원위(魯文漁)호처럼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조업을 하다 나포됐다. 나머지 14척은 어획량 축소 보고 및 조업일지 부실·허위 기재로 적발됐다.

○ 적발되는 중국 어선은 0.1% 수준

군산항 소속 부선호가 13일 오전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신고하기 위해 수협중앙회 군산통신국으로 보낸 긴급 무전. ‘중국 어선 수백 척이 떼를 지어 조업하고 있고 일부는 조업허가판도 부착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전문가들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계속되는 이유로 나포 등 단속 실적이 불법조업 어선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한국 EEZ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줄잡아 3000여 척. 이 가운데 85%(약 2550척) 정도는 불법 어선인데도 나포되는 배는 0.12∼0.15% 수준인 하루 3, 4척 수준이다. 그나마 이는 나아진 편. 2001년 한중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11년간 검거된 불법조업 중국어선은 4306척으로 하루 1척꼴에 불과했다.

이처럼 불법어선 나포율이 턱없이 낮은 것은 단속을 맡은 해양경찰청과 농식품부 산하 어업관리단의 장비가 열악하고 인력이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은 바다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주무 관공선임에도 전체 나포 어선의 7.4%인 322척만 나포했을 뿐이다. 나머지 3984척(92.6%)은 해경이 나포했다.

어업지도선은 그동안 국내 바다에서 불법조업하는 한국 어민도 함께 단속하다 올해부터 중국어선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직원들은 행정직 공무원이지만 수사권이 있는 특별사법경찰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업지도선 직원들이 목숨 걸고 EEZ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어민들은 ‘하는 일이 뭐냐’고 핀잔을 주거나 다른 정부부처는 ‘하는 일’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 해양경찰서는 이날 불법조업 중국어선 루원위호에 대한 나포 작전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중국어선 선장 류모 씨(31)를 구속했다. 류 씨는 12일 오전 6시 59분 인천 옹진군 소청도 서남쪽 87km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이던 루원위호 나포를 위해 해경 대원들이 승선했을 때 작전을 방해하려고 고의로 루원위호를 들이받는 행위를 주도한 혐의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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