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브레인’ 신하균을 슬프게 하는 것들…‘웃어라, 이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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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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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이 심상치 않다.

KBS 2TV '브레인'은 11월14일 첫 방송한 이후 한동안 주연 신하균 외의 거의 모든 것을 지적받았다. 가난이 콤플렉스인 실력파 의사와 그를 둘러싼 병원 내 권력다툼이란 익숙한 설정과 연출, 민폐 여주인공, 지나치게 웅장하고 비장한 배경음악 등이 그랬다. "드라마 제목이 신하균이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왔다.

'브레인'은 8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신하균이 밥 먹고, 씻고, 자고, 수술하고, 진료하고, 업무를 보고, 분노하는 장면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하균의 출연 분량이 80%를 차지한다. 제작진 사이에서는 이러다 신하균이 쓰러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

신하균이 만들어 낸 '이강훈'의 힘은 대단했다. 한 자리 수를 밑돌던 '브레인'의 시청률은 지난 11월29일 시청률 10%(AGB닐슨,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동 시간 대 방영되는 SBS '천일의 약속'의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일부 팬들은 '브레인'이 방영되는 월요일과 화요일을 '브요일'이라고도 칭한다.

그렇다고 '브레인'이 웰메이드 작품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웃어라 동해야', '당신뿐이야'처럼 안타까운 주인공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KBS 1TV 일일 드라마에 가깝다.

비굴하게 담당 교수에게 논문을 써다 받치고, 원망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가족을 짊어진 이강훈에게 점점 몰입하는 이유는 불쌍함 때문이다.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 이강훈을 가만 두지 않는다. 그렇게 부딪치며 살아가는 이강훈에 감정이입 하는 셈이다.

이처럼 '캔디형 남자 주인공 드라마'인 '브레인'에서 이강훈 '선샘'을 조금 더 슬프게 하는 것들을 분석했다.


○ 의학드라마의 '언년이'? 민폐 여주인공 윤지혜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후배 윤지혜(최정원)와 "날개를 달아주겠다"며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재벌2세 장유진(김수현). 밀당도, 키스도 능수능란한 이강훈의 '심녀'(관심녀)들이다. "죽을 때까지 포기 안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장유진이 있지만, 자꾸만 윤지혜에게 마음이 기운다.

"공부와 일에 관한 한 깐깐한 악바리이지만, 환자들에게는 성실하고 따뜻하다". '브레인' 공식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여주인공 윤지혜에 대한 캐릭터 설명이다.

드라마 상에서 윤지혜는? 사고뭉치다. 선배가 시킨 대로 하지 않아 환자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자신이 잘못해도 당당하다. 게다가 이강훈의 라이벌 서준석에게 달려가 이르기 까지 한다. 7회에선 환자까지 뺏어갔다. 이정도면 민폐로 이름 알린 '추노'의 언년이 급이다. 그리고 왜 윤지혜는 '선생님'을 똑바로 발음하지 못하고 '선샘'이라 하는가.

'브레인'에서 윤지혜의 야무진 모습은 쏙 빠졌다. 대신 이강훈과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낙천적인 성격만 강조돼 "착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과잉친절을 베푸는" 인물이 됐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는 윤지혜를 다그치는 이강훈을 오히려 더 납득하게 됐다. 윤지혜를 살려내려면 '풍선껌 키스'가 아니라 스토리가 필요하다.


○ '클라리넷 부는 사나이' 김상철 교수

'쥐돌이들을 아끼는' 김상철 교수(정진영)는 괴짜 의사다. 오직 환자만을 위한다. 실력까지 갖춰 그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고재학 교수(이성민)도 그를 함부로 할 수 없다. 문제는 종종 등장하는 세련되지 못한 연출이다. 특히 3화에서 그가 제자들 앞에서 클라리넷을 부는 신(일명 브레인 음악대)은 여러 시청자들의 '브레인'을 혼란스럽게 했다.

김상철 교수는 사람의 뇌파가 음악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제자들에게 직접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정진영은 1주일에 2번씩 교습을 받았다는 클라리넷 솜씨를 뽐낸다. 심지어 실험실 생쥐 앞에서도 클라리넷을 분다.

한 술 더 떠 클라리넷 음악에 맞춰 감격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맨발의 윤지혜와 그 모습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서준석도 포인트다. 최근 트위터에 개설된 이강훈 패러디 계정에는 "제발 김상철 교수님 클라리넷을 부숴주세요"라는 팬들의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진지한 흐름 속 툭툭 튀어나오는 시트콤은 몇 장면 더 있다. 뷰러를 사용해 날렵한 속눈썹을 만드는 고재학 교수를 포함해, 냉장고 한가득 먹지 못한 김순임 여사의 곰국(흡사 막걸리로 보이는), 수간호사의 '님은 먼 곳에' 병원 옥상 열창 등이 그렇다. 어떤 장면은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제작진의 욕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으뜸은 '클라리넷'이다. 김상철 교수가 이강훈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는 앞만 바라보며 살았던 자신의 과거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김상철 교수는 이강훈의 미래인 셈.

최종회에 설마 이강훈이 의료 봉사하면서 클라리넷을 불고 있진 않겠지. 윤지혜는 춤을 추고, 서준석은 롤 케익을 사들고 오고….


○ 다른 병원 수술실에 잠입? 이강훈 만은 제발…

7회에선 이강훈이 다른 병원 수술실에 스파이처럼 잠입했다. 심지어 우연히 당뇨 저혈압으로 쓰러진 집도의를 대신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에 맞물려 담당 환자는 위급한 상태에 이르고 윤지혜가 이를 보고 한다. 이 절박함이 '허탈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앞서 2회에서 이강훈은 "누가 잘못했는지 잘잘못을 따지겠다"며 수술실에서 언성을 높였다. 그것도 환자가 수술 중인 상태였다.

한 병원 관계자는 "실제 수술실에서 싸움이나 가벼운 폭력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7회의 상황에 대해서는 좀 달랐다. 이 관계자는 "사전에 합의됐다면 다른 병원 의사가 수술할 수 있다. 하지만 타 병원 수술실에 몰래 침입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쓰지만 저장된 번호는 달랑 3개인 외로운 남자 이강훈. 이강훈은 속은 따뜻하지만, 출세와 성공을 위해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이다.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가졌지만, 때론 이득을 위해 비열해지기도 하는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병원 침입'은 도가 지나쳤다.

굳이 드라마를 '다큐'로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하얀 거탑'과 미국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에겐 의학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브레인'의 기본적 분위기 역시 유현기 PD와 윤경아 작가의 기존작 '공부의 신'보다는 사뭇 진지하다. (배경음악을 들어보라) 특히 이강훈은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커다란 동력이자 성역이다. 이강훈에 대한 시청자의 몰입이 멈추면 시청률도 멈출지 모른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욕하며 보기'도 그중 하나다. 드라마 보면서, 또 시청자 게시판에서 지적하고, 또 2차 가공물을 만들며 즐거워한다(?).

'브레인'은 묘한 경계에 있는 드라마다. 신하균에 대한 찬사와 신하균 외의 것에 대한 비난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하균 마저 무너뜨리면 비판 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이강훈만은 의사로서,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진지한 모습을 그려 줘야 한다.

부디 '하균 앓이' 계속하게 해주세요~!

사진출처=KBS 2TV '브레인' 방송화면 캡처, CJ E&M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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