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철학적 사유와 치유의 메시지 ‘트리오브라이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1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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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철학박사 테렌스 맬릭이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
▶눈과 귀를 맑게 해주는 아름다운 영상

영화에는 귀를 즐겁게 하는 클래식이 흐른다.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비롯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베를리오즈의 레퀴엠 작품 5번, 바흐의 토카타와 푸카 작품 565,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등이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흐른다.
사진출처ㅣ영화 '트리오브라이프' 스틸
영화에는 귀를 즐겁게 하는 클래식이 흐른다.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비롯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베를리오즈의 레퀴엠 작품 5번, 바흐의 토카타와 푸카 작품 565,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등이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흐른다. 사진출처ㅣ영화 '트리오브라이프' 스틸

화려한 액션, SF 영화들이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 쾌락 등 일회적인 감정을 안겨줬다면,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오브라이프'는 우리에게 철학적인 사유와 함께 치유의 메시지를 들려줬다.

2005년 '뉴월드' 이후 6년 만에 영화를 내놓은 테렌스 맬릭 감독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는 어렵다는 통념과 달리 '트리오브라이프'는 다소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테렌스 맬릭 감독이 하버드 철학과 졸업 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수료한 만큼 영화 속에는 철학적인 색채가 강하게 드러난다.

세속의 삶은 점점 화려해 지고 있지만 영혼은 삭막해져 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간파한 감독은 '당신은 언제 처음 오셨습니까?', '당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요', '어디에 계셨습니다?' 등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관람자를 사색의 길로 이끌었다.

영상미도 뛰어났다.

테렌스 맬릭은 배우들의 대사 없이 카메라 앵글과 워킹만으로 많은 의미를 담아냈고,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은 장면들과 조화를 이루며 몰입도를 높였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중간 중간에 들리는 파도소리는 관람자의 눈과 귀를 청명하게 만들었다.

감독은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직접 꾸민 세트로 채우며 뛰어난 비주얼 감각을 자랑했다. 테렌스 맬릭의 '영상 철학자'라는 별칭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현실만 쫓는 삶과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삶'

감독은 잭(숀 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비를 통해 인생의 두 갈래 길을 제시한다.

"인생을 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현실만 쫓는 삶과 자비와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삶. 어떤 인생을 살지는 자신이 선택해야 합니다."

잭(숀 펜)은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아버지(브래드 피트)와 자애로운 어머니(제시카 차스테인) 곁에서 성장한다. 권위적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미움을 키웠던 잭은 이후 아버지와 닮은 속세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건축가로서 성공은 했지만 그의 눈빛은 허공을 바라보는 듯 메말라 있다. 감독은 그가 일하는 건물을 로우 앵글로 잡으며 위압감을 드러냈다. 고층 빌딩으로 인해 하늘이 반쯤 가려진 모습은 답답한 느낌을 줬다.

그가 일하는 사무실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지만 대화 없이 각자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을 하이 앵글로 잡아내며 인간의 고독감을 부각시켰다.

또 중간 중간에 사막에서 방향을 잃은 듯 걸어가는 숀 펜의 모습을 등장시키며 그의 메마른 영혼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숀 펜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의 묵직한 연기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우다 '넌 나의 빛이야'

테렌스 멜릭은 상복 많은 감독이다. 감독은 40년간 단 5개의 작품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천국의 나날들\'(1978)로 칸영화제 감독상, \'씬 레드라인\'(1999)으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트리오브라이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사진출처ㅣ영화 \'트리오브라이프\' 스틸
테렌스 멜릭은 상복 많은 감독이다. 감독은 40년간 단 5개의 작품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천국의 나날들\'(1978)로 칸영화제 감독상, \'씬 레드라인\'(1999)으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트리오브라이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사진출처ㅣ영화 \'트리오브라이프\' 스틸

영화에는 1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도 등장한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맞춰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는 우주와 태양, 공룡, 세포의 분할, 폭발 등과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 장면은 다소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신비롭다고 생각하는 우주도 작은 별에서 탄생해 성장, 소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인간의 삶과 오버랩 된다.

마치 인간이 큰 우주 속에 존재하는 미미한 생명체가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우주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다큐멘터리는 아들에게 '너는 나의 빛이야'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숭고한 말처럼 인간 탄생의 신비로움을 배가 시킨다.

▶'생명의 나무'를 통해 사랑의 메시지 전달…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 시켰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분노로 가득했던 잭(숀 펜)은 중년이 되고 나서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그 시절 아버지가 그토록 미웠지만 그 미움도 가족의 사랑이라는 강한 유대감을 통해 용서하게 된다.

인생의 가지가 간혹 미움과 분노로 자라나도 결국 나무의 깊은 뿌리에는 사랑이라는 힘이 지탱하고 있음을 감독은 말해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영화 '트리오브라이프'는 10월 27일 개봉이다.

동아닷컴 홍수민 기자 sum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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