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17>한류의 시작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0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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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공식화 시킨 용어
●'항류(港流)' '일류(日流)'에 이은 일본식 용어라는 점도…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영향을 끼친지도 10년이 넘었지만 그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콩에서 벌어진 행사에 참석한 \'대장금\'의 이영애씨. 연합뉴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영향을 끼친지도 10년이 넘었지만 그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콩에서 벌어진 행사에 참석한 \'대장금\'의 이영애씨. 연합뉴스

한류(韓流)란 한국의 대중문화 즉 영화, 방송, 대중음악, 패션 등이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문화적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가 다른 나라에서 인기리에 소비되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류로 인한 파생효과 또는 새로운 분야나 지역에서의 인기몰이를 '신한류(新韓流)'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한류에 관한 자료들을 살펴보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한류의 발생 원인과 어원에 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한류란 시작부터 잘못된 정의

정부와 언론은 지난 십여 년 동안 정치,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류를 내세우며 장밋빛 미래를 계획해왔지만, 대부분 정확하지 않은 일부 언론의 보도와 책이나 논문을 그대로 재인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한류는 중국에서 일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의 열기를 표현하기 위해 2000년 2월 중국 언론이 붙인 용어다."라는 잘못된 정보가 백과사전에 기재되어, 국내 최대 검색사이트인 네이버를 통하여 널리 알려진 상태다

네이버 백과사전 한류 설명 대목.
네이버 백과사전 한류 설명 대목.

이외에도 한류와 관련된 약 30여 권의 책에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한류라는 용어가 중국의 언론이 사용하면서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모두 정확하지 않은 오류를 담고 있다.

'한류'라는 용어는 이미 그 당시부터 중국, 대만, 한국 등에서 국지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공식화된 용어였다.

당시 중화권에서 한국 대중음악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1998년 5월 에이치오티(H.O.T)의 '행복'과 6월 클론의 '쿵따리샤바라'가 중국에서도 정식 출시됐다.

1999년 11월에는 클론이 북경 공인체육관에서 단독콘서트를, 2000년 2월에는 H.O.T가 공연을 개최했다. H.O.T의 인기가 무척 높았기 때문에 현지 언론이 '한류'라는 용어를 대대적으로 사용한 것이 국내에도 알려지며 '한류란 용어의 탄생이 중국이다'는 잘못된 인식이 시작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 TV드라마가 중국에 정식으로 수출되어 방영이 시작된 것은 1982년 한-중 수교 이후 10년이 지나고 1993년 '질투'를 기원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이후 여러 드라마가 중국에 소개됐고 1996년 수출된 '사랑이 뭐길래'가 1997년 중국CCTV를 통해 방송되면서 한국산 드라마의 위용이 알려지게 된다. 그 영향으로 1997년 '사랑이 뭐길래'가 첫 수출되며 '한류'가 발생했다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류'란 표현은 그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2001년 1월20일자 베이징만보 기사. 제목인 `韓流斗秀`는 `한류와 빼어남을 다툰다`는 의미다. 동아일보 DB
'한류'란 표현은 그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2001년 1월20일자 베이징만보 기사. 제목인 `韓流斗秀`는 `한류와 빼어남을 다툰다`는 의미다. 동아일보 DB

이러한 현실을 볼 때 '한류'라는 개념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 시급하다. 심지어 한류전문가를 자처하는 일부 연구자들까지도 중국의 언론매체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라고 저서와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으며, 이를 인용한 많은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기정사실처럼 재인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한류라는 용어가 중국의 언론이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하였다는 그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 또한 이러한 문헌자료 또한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렇게 한류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조차 안 된 상황에서 한류의 열풍, 붐에 편승하여 경제적 논리를 앞세운 무차별적인 산업적 접근과 계획성 없는 전시행정으로 인해 최근 한류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 한류는 철저하게 일본식 용어다

게다가 한류라는 용어 자체가 일본식 용어다.

당시 대중문화 소비시장이 가장 컸던 일본에서는 1980년대 홍콩영화의 유행을 '홍콩류', 즉 '항류(港流)'라고 지칭했고, 1990년대 일본 TV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유행을 일본 스스로 '일류(日流)'라 지칭했다.

이러한 용어의 사용에 따라 1990년대 하반기에 일본의 것을 모방한 한국 TV드라마와 대중음악의 인기몰이가 중화권에서 시작되며 '한류'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이다.

이러한 '~류(流)'라는 표현은 '~식', '~스타일', '~파' 등의 뜻으로 일본에서 사용되는 일본식 용어다. 일본에서 '~류(流)'라는 표현은 꽃꽂이, 서도, 무도, 다도 등에서도 사용되는 용어이며, 과거의 항류, 일류 그리고 현재의 한류, 화류(華流) 등의 표현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대만 TV드라마와 특정스타의 인기를 '대류(臺流)'라 부르다가, 중국 영화, 방송, 관광 등을 포함한 중화권 문화의 인기를 총칭하여 '화류'라고 부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1990년대 말 한국 대중문화와 특정 스타의 인기가 급속히 확산되며 '한류'가 사용된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이렇듯 한류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사용되는 '~류'의 일환에서 발생했고, 당시 대만에서 '하일한류(夏日韓流)', 중국에서 '일진한류(一陣韓流)' 등의 표현이 국지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에 1999년 가을, 당시 한국문화부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홍보를 지원하기 위해 "韓流-Song from Korea"라는 제목의 음반을 해외로 제작, 배포하며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된 것이다.

■ 한류라는 용어는 '한국'이 공식화 시켜

한국 정부가 발매한 ‘한류’ 음반 표지사진
한국 정부가 발매한 ‘한류’ 음반 표지사진
1999년 한국문화부는 한국 대중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1억5000만 원을 들여 중국어 버전 6000장과 영어, 일본어 각 3000 장씩 홍보용 음반을 제작해서 해외의 방송사, 잡지사, 대학, 나이트클럽, 한국 공관 등에 배포하였다. 이 음반의 제목이 영어, 일본어 버전은 "Korea Pop Music", 중국어 버전은 "韓流-Song from Korea"이었다.

따라서 한류라는 용어는 2000년 2월 중국의 언론이 만들어 사용한 용어가 아니고, 항류, 일류 등 일본식 용어의 연장에서 발생하였고, 이미 1999년에 한국문화부에서 공식적으로 먼저 사용한 바 있다.

따라서 한류라는 신조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99년 한국문화부의 지원으로 제작된 홍보용 음반의 제목이며, 이 음반의 제작, 배포를 담당한 (주)미디어플러스가 중국내 10개 주요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방송하던 FM프로그램 '한성음악청(漢城音樂廳)'을 통해 중국에 널리 알려졌다.

이후 북경만보(北京晩報), 북경일보(北京日報),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 등 중국의 언론기사에 한국 대중음악의 유행을 표현하며 사용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보다 자세한 자료는 필자의 연구논문 '한류의 어원과 사용에 관한 연구(한국콘텐츠학회, 2011)'을 참고>

이렇게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소비되며 한류라는 용어가 이미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사용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중국의 언론이 만들어낸 용어다."라고 언론과 학자들이 말하고 있는 배경은 다음 두 가지로 추측된다.

첫째 당시 국내 최고스타였던 H.O.T가 2000년 2월 중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에 기인한 것이며, 둘째 한국문화가 해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상을 "중국의 언론(전문집단)에서 한국 문화의 유행을 견제하는 표현으로 먼저 만들어서 사용했다."라며 스스로 뿌듯해 하는 한국인의 자만심이 배경이 된 것이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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