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규한]남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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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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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금세기 들어 대규모 화산 폭발과 거대 지진, 잦은 홍수와 가뭄 등 이상 자연현상이 지구상에 빈발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녹아내린다는 뉴스도 잦아졌다.

몇 년 전 극지 연구를 위해 동토의 땅 남극과 북극을 방문해 빙하 붕괴 현장을 답사할 기회가 있었다. 남극 대륙과 북극의 빙벽 붕괴로 만들어진 에메랄드빛 유빙은 절경 중 절경이었다. 흰색 천국 극지환경에서 잠시 익숙했던 생활을 벗어나 귀국길 북극 스발바르 롱위에아르뷔엔에서 노르웨이 트롬쇠로 가는 기내에서 바라본 트롬쇠의 녹색 산야는 더없는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녹색 환경이 그토록 그리운 대상이라는 걸 처음 경험했다.

지구의 자전축이 지구 표면과 교차하는 남북위 66.5도보다 고위도 지역을 북극권 또는 남극권이라고 한다. 북극 중심에는 북극해가, 남극 중심에는 남극대륙이 있다. 연중 1∼2m 두께의 해빙으로 덮여 있는 북극은 영하 1.9도의 비교적 ‘따뜻한’ 바닷물이 빙하 밑에 존재한다. 한겨울에는 영하 30도다. 그러나 중국 대륙의 1.2배 면적인 남극 대륙은 두껍고 거대한 빙상으로 덮여 있다. 북극보다 평균 20도 정도 낮고 관측 최저 기온은 영하 89.2도다.

눈과 얼음이 계속 쌓여 만들어진 빙하는 남극 대륙과 북극지역, 고위도와 높은 산지에 분포하며 면적은 1600만 km²로 전 지표면의 10%를 차지한다. 그중 남극대륙이 1350만 km², 그린란드가 200만 km²다. 이런 빙하가 대량으로 녹아 빙상이 점차 줄어지고 있다. 북극곰이 사는 곳과 남극 펭귄의 서식지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빙하가 녹아 없어지면 지구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변동, 기상 이변, 기후 변화, 생태계 변화다. 지구상에서 신생대에만 수차례 빙하기가 있었다. 신생대 제4기 뷔름빙기 이후 제4 슈퍼간빙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약 6억∼7억 년 전 원생대 전후기에 육지와 바다를 포함해 전 지구가 꽁꽁 동결된 적이 있었다는 ‘스노볼 어스’ 가설이 1998년 사이언스에 발표돼 큰 관심을 끌었다.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거대 빙하의 소멸, 해수면 상승, 강한 열대저기압의 발생, 집중호우 등 이상 기상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한반도의 기온도 지난 100년간 약 2도 상승했으며 도시 지역의 온난화는 더욱 현저하다. 또 빠른 지구 온난화 속도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라 계절적인 기온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한반도의 겨울은 더 춥고 여름은 더욱 더워질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예측한다. 또 강수일수는 감소하고 집중호우는 빈발하여 홍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생태계와 식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지구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위기관리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장주기 기후 변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동해안의 경포호, 영랑호, 화진포호와 같은 빙하기와 간빙기를 경험한 기수호(汽水湖) 퇴적물을 연구하면 한반도의 제4기 고기후 변동을 알아낼 수 있어 미래 기후 변동도 예측할 수 있다. 기후 변화는 미래에도 주기적으로 계속 일어날 것이므로 과학적 예측모델이나 시뮬레이션 연구가 필요하다.

인류는 급격한 지구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하며 거대 빙하를 소멸시키는 지구 온난화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 상품 개발 등 친환경 생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극지 환경에서 점차 정상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자원의 보고인 남극 대륙이나 그린란드 등 북극권 진출에도 주력해야 한다.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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